◆SkyLife IT사업단장 양재원 joy@skylife.co.kr
지난해 2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위성방송사 영국의 BSkyB는 ‘Sky+’라는 새로운 상품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50만원 정도(300파운드)의 고급사양 수신기를 설치하고 매월 2만원(10파운드)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Sky+’ 서비스는 가히 ‘차세대 TV’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지 그 단면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Sky+’ 서비스에 가입한 시청자들은 PVR(Personal Video Recorder)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 서비스는 TV가 ‘한번 쏘아버린 방송전파는 날아가 버리면 그만’이라는 매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저장해서 계속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TV를 VCR처럼 쉽게 조작해서 방송중인 프로그램을 일시 정지시키기도 하고 심지어 지나간 장면을 되돌아가 볼 수도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매회 빠트리지 않고 녹화하라는 명령을 내려놓으면 이 ‘똑똑한TV’는 주인의 명령을 실수없이 수행한다.
BSkyB에 이 솔루션을 제공한 사업자는 스카이라이프의 수신제한시스템(CAS:Conditional Access System) 제공사업자로 선정된 NDS라는 BSkyB의 자회사다. NDS의 CEO 아브라함 플레드가 지난해 말 스카이라이프를 방문했다. 그는 우선 니켈오디언(Nickeloden)이라는 어린이 채널에서 방학동안 어떤 프로그램을 편성하길 원하느냐는 ‘투표’를 실시해 이 결과를 편성에 반영, 큰 호응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또 음악채널에서는 인기가요 순위프로그램 운용에 직접 시청자들이 실시간 투표한 결과(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것이 아니라 직접 리모컨으로 투표하는 방식)를 반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A매치급 축구경기에는 30개 정도의 카메라가 동원되고 시청자는 자신이 원하는 앵글의 카메라를 선택해 시청할 수 있는 ‘멀티 앵글 서비스’도 제공된다.
백화점과 양판점들이 모두 참여하는 쇼핑몰 채널에서는 리모컨 하나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심지어 QVC 같은 홈쇼핑채널도 양방향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매출이 3배 이상 늘어났다는 보고도 있다. 소위 TV를 통한 상거래 즉, t커머스가 다양한 형태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양방향 서비스가 우리 나라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게 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 해도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양방향 서비스의 도입으로 TV가 ‘바보상자’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주인 뜻과는 무관하게 방송사들이 쏘아주는 방송전파에 맞춰 수동적으로 끌려다녔던 시청자들은 이제 스스로 편집하고 스스로 명령을 내리는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똑똑해진 TV는 자신의 역할을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태세이다. TV를 보면서 거실의 조명이 너무 밝다면 리모컨으로 그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고 심지어 거실의 블라이드(또는 커튼)를 열고 닫을 수도 있게 된다. 소위 홈 네트워킹으로 불리우리는 가전 통합시대의 중심에 TV가 우뚝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