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인텔이 올해 설비투자 축소계획을 밝히면서 이에 따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주가에 파장이 일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설비투자가 4조2000억원으로 3분기말에 밝혔던 4조7000억원보다도 5000억원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투자계획은 3조원으로 지난해의 4조2000억원에 비해 29% 정도 줄었으며 이 중 반도체부문 투자는 지난해 3조6000억원에 비해 31% 가량 줄어든 2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도 올해 설비투자가 지난해에 비해 25% 감소한 55억달러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들 반도체 생산업체의 투자축소는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업황개선이 올해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장비업체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계획 축소방침이 매출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에 후행하는 반도체장비주들도 연초 반도체랠리에 동참했지만 이는 기대감이 너무 빨리 반영된 것이며 실적개선과 주가 모멘텀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을 갖고 좀더 지켜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 반도체 장비주들의 상승은 향후 반도체 경기회복을 전제로 너무 빨리 오른 것”이라며 “삼성과 인텔의 투자축소 소식은 단기적으로 관련 장비업체들의 주가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하반기 이후 반도체장비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도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지난해 반도체경기 하강에 맞춰 2∼3차례에 걸쳐 설비투자를 하향조정했으나 올해는 하반기로 갈수록 설비투자 확대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반도체장비 수요는 올 하반기 이후 반등이 예상되지만 당분간 반도체장비 주가는 이러한 전망을 선반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보다는 LCD 관련업체들의 상황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권정우 세종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와 관련한 신규투자가 올해안에 크게 확대되기는 어려울 전망이지만 TFT LCD부문은 LG필립스LCD 및 삼성전자 모두 활발한 투자를 보이고 있다”며 “상반기부터 투자가 시작될 TFT LCD 장비업체인 케이씨텍·오성엘에스티 등과 신성이엔지 등 클린룸 업체들은 그 회복시기가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도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에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되면 당분간 하이닉스의 국내 투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럴 경우 기술력을 갖추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업체와 예전부터 마이크론과 거래가 있었던 업체들의 상대적 부각 가능성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