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벤처의 주역인 이공계생들의 창업 양상이 종전과 달리 ‘기술’과 ‘경영’이라는 벤처 키워드를 충분히 예습한 후 창업하는 등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간 전공과 관련해 연구실(랩) 벤처에 참여하거나 몇몇 학생이 아이디어만 믿고 곧바로 창업에 나섰던 대학생 예비벤처인들은 요즘 기업경영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고 사전에 시장까지 분석한 후 창업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4학년 박정호씨(23)는 전공학점을 이수하고 현재 경영대 복수전공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급격하게 발전하는 하이테크놀로지와 더불어 마케팅·조직관리·전략수립 등 기업경영과 관련된 요소가 중요한 만큼 재학 중 경영대 복수전공을 선택했다”며 “이젠 기술과 시장이 함께 고려된 제품과 서비스만이 경쟁력있다”고 힘줘 말한다.
캠퍼스에서의 이론적 접근과 함께 현장경험도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난 2000년말부터 엔씨소프트·AT그룹·이동통신사 등에서 전략기획 및 심사역 인턴사원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벤처인큐베이팅업체에서 보육매니저로 활동중이다.
“아직은 배운다기보다는 느낀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기업경영과 관련된 학습과 현장 인턴십을 통해 벤처의 현실을 느끼고자 하는 이공계생의 행렬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배종태 카이스트테크노경영대 교수는 “과거 벤처열풍이 몰아칠 당시와 달리 학생들의 관심도 단순창업에서 점차 기업경영과 국제화로 확대되고 있다”며 “일부 대학에서도 공대생에 특화된 경영학 관련 과목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2000년 결성된 ‘ASES’(Asia pacific Student Entrepreneurship Summit)의 활동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SES는 서울대·KAIST·이화여대 재학생 15명과 미국 스탠퍼드, 중국 홍콩대와 푸단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아태지역 대학생들의 모임으로 매년 한국 벤처산업은 물론 각국 첨단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논의하고 학생차원의 국제적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엔 ‘한국벤처기업과 기업가정신’ ‘재벌과 벤처기업과의 관계’ ‘한국 첨단산업의 특징’ 등을 주제로 대기업·벤처업계·학계 전문가를 연사로 초청, 그들의 현장 경험에 귀기울이기도 했다.
다음달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 IT산업의 성장을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하고 직접 중국내 한중 벤처기업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