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활동 하시면 바쁘실텐데, 인터넷은 언제 배우셨어요?” 며칠전 집 근처 PC방에 갔을 때 어떤 분이 내게 이렇게 물었다. 연예인도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로 게임도 하고 채팅도 하며 지낸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했다.
사실 우리 Y2K는 멤버 세명 모두 어린 나이에 연예계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이 공유하는 문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활동중에는 시간이 모자라 잠도 제대로 못잤으니 컴퓨터앞에 앉는 건 사치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1집 활동을 마치고 얼마간의 공백기에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면서 인터넷을 접하게 됐다. 연예활동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운 후 친구들과 우연히 PC방으로 향했고 거기서 말로만 듣던 PC방을 구경한 것. 즐비하게 늘어선 컴퓨터와 자리를 빽빽하게 채우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 우리는 너무 놀랐다.
그날 우리는 친구들의 권유로 처음으로 e메일 계정을 만들었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배우며 인터넷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후 자연스레 컴퓨터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같이 게임을 하는 친구들과 채팅도 하고 메일도 주고 받으며 인터넷에 매료됐다.
한국인과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우리 Y2K는 다른 그룹처럼 항상 자주 어울리진 못한다. 활동을 쉬는 동안 일본이 고향인 두 멤버 유이치와 코지는 일본에 가서 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른다. 그때만 해도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인터넷요금이 너무 비싼데다 휴대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유이치와 코지는 아직도 나와 함께가 아니면 인터넷을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외국인인 그들에게 한글을 사용한 웹서핑은 아직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언젠가 우리 셋이 검색사이트에서 게임정보를 알아보던 중 검색란에 ‘Y2K’라는 팀 이름을 클릭하면서 또 한번 놀라게 됐다.
우리가 인터넷을 활용하는건 e메일·채팅·게임·자료실 등이 전부였는데 검색을 해보니 우리가 모르는 팬사이트가 너무도 많았던 것이다.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아껴주는 고마운 팬들인데 그들의 존재조차 몰랐다니 너무 부끄러우면서도 고맙고 뿌듯한 감동에 미소를 거둘 수가 없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요즘 온라인상에서 팬들과 자주 만남을 가지려 노력한다. 하루종일 방송을 하고 돌아오면 피로가 밀려 오지만 팬들의 메일이나 홈페이지 글을 읽으면 피로도 말끔히 가신다. 가끔 영상채팅을 통해 팬들과 직접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방송이 없는 날은 친구나 동료 연예인과 ‘디아블로2’ ‘포트리스’ 등 온라인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우리가 인터넷을 활용하면서 자주 고민했던 것은 불법 MP3파일이다. 저작권 등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그로 인해 순수 음악인들의 창의력이 꺾여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 더욱 서글프게 느껴진다. 기나긴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가요시장이 음악인과 팬 모두의 노력으로 어서 빨리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