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경의 독서일기>삶의 묘약 

 * 삶의 묘약 -양귀자 지음 -샘터 펴냄

 

 “초보운전자의 자동차 운전을 보면서 나는 늘 우리들의 세상살이를 생각한다. 초보운전에 대응하는 다른 운전자들을 보면서도 항상 이 삶의 여러 관계 맺음을 떠올리곤 한다. 한번뿐인 삶이기 때문에 우리 인생은 다하는 날까지 줄곧 초보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삶을 운전하는 영원한 초보라는 사실, 매순간마다 내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인생의 무경력자임을 생각한다.

 초보운전일 때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 게으름을 부리지 않는다. 자신이 틀린 것을 알면 즉각 잘못된 점을 시인하고 자신이 가야 할 방향으로 되돌아온다. 주저하고 머뭇거리기는 할망정, 온전한 속력을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정성을 쏟는다. 경력자들이 내보이는 오만함, 경직된 사고방식, 까닭 없는 편견 같은 것은 초보에게는 없다. 그들은 스스로가 초보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세상이 어수선하고 뒤엉켜 있을 때, 나는 가끔씩 초보운전을 생각한다. 끊임없이 반성하고, 어쩔 수 없이 겸손하고, 빗나간 길이거든 오만하지 말고 곧 되돌아오기, 이것이 곧 초보인생을 운전하는 우리들의 기본 자세라는 생각 말이다.”

 메모: ‘그 사람에 대해 알려면 운전태도를 보라’는 말이 있다. 평소에는 모르던 그 사람의 또 다른 일면이 운전중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물론 ‘운전 때문에 성격 다 버린다’는 호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잘못 가릴 것 없이 목소리부터 높이고 보자는 태도, 서투른 운전자를 보며 자신의 ‘초보운전’ 시절을 잊어버리고 짜증을 낸 적은 없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개구리 된 지 몇 해나 됐다고 벌써부터 ‘올챙이 적’ 시절을 잊어버렸냐는 질책은 비단 운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조금 잘 나간다고 으쓱거리며, 턱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의 의견을 흘려들은 적은 없는지. 부주의한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내 행위가 비탈길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거나 차선을 벗어나는 행위와 같지 않은지 늘 살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앞날에 어떠한 부메랑으로 되돌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생이 모래성을 허물 듯 모든 걸 백지화하고 다시 쌓아나갈 수 없는 ‘미답의 영토’며, 우리는 영원히 인생의 초보운전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