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 이야기>(2) 법을 지키는 로봇

 로봇공학 3원칙.

 1조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으며 인간의 위험을 간과해도 안된다.

 2조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명령이 1조에 어긋날 때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

 3조 로봇은 1조와 2조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지켜야만 한다.

 이 얼마나 단순명쾌하고 효율적인 법률체계인가.

 인간은 로봇의 영원한 주인이다. 따라서 로봇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인에게 반기를 들 수 없으며 명령에 절대복종해야 한다. 또 로봇은 주인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분실, 파손되지 않도록 항상 유지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던 백인들이 흑인노예를 다룰 때 적용한 노예법과 너무도 흡사하다.

 사실 로봇공학 3원칙은 SF소설의 대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0년 성탄절을 앞둔 저녁, 로봇의 미래를 예견하고 인류가 로봇에 지배되지 않도록 제정한 행동원칙이다.

 오늘날까지도 로봇이 지켜야할 신성불가침의 법률체계로 추앙받는 로봇공학 3원칙은 엄밀히 말해 불평등 법률의 전형이다.

 그는 당시 과학소설의 단골소재인 기계인간이 인간을 공격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고 결국 부적절한 논리를 동원해 로봇의 행동범위를 제한하는 노예헌장을 제정한 셈이다.

 역으로 볼 때 이 독소조항(로봇입장)은 사람보다 뛰어난 로봇이 등장해도 로봇이 사람보다 앞설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인류보안법’ 역할을 수행한다.

 올해로 62주년을 맞는 로봇 3원칙은 주변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학습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인간을 보호하는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멍청한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가정용 청소로봇이 단지 방을 깨끗히 유지하기 위해 과자부스러기를 흘리는 아기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있는가. 이러한 위험성은 로봇의 모든 행동프로그램 단위에 로봇 3원칙을 입력하고 적절한 안전장치와 연계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체코의 작가 칼 차펙이 처음 로봇은 기계적 노예라고 규정한 개념이 바뀌지 않는한 로봇 3원칙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생명력을 지닌다.

 아시모프가 아직 살아있다면 최근 아프간전쟁을 계기로 무인전차, 무인전투기, 자폭로봇 등 사람을 죽이려 개발된 전투용 로봇이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아마 이렇게 경고할 것이다.

 “전시라 해도 로봇이 자의적 판단으로 인간을 죽이는 것을 결코 허용해선 안된다. 그건 로봇의 행동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