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이상현 사장

 ▲▲ ‘영업의 달인.’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이상현 사장(53)은 올해로 9년째 국내 영업을 총괄해 보기드문 경력의 경영자로 주목받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국제통화기금(IMF)관리 등 숱한 전자산업의 부침현상이 있었음에도 영업현장에서 변화와 혁신을 실천한 경영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 임원 인사는 향후 경기전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새해 경기가 작년에 비해 다소 호조될 것이라는 경기전망이 발표되긴 했지만 그래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따라서 이 사장이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국내영업사업부의 최고사령탑에 재발탁된 것은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사장이 국내영업사업부의 사령탑으로서 이처럼 장수하는 남다른 비결(?)은 영업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과 확고한 철학에서 쉽게 읽을 수가 있다.

 “매년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세월이 흘러 현업에서 벌써 9년째 접어들었습니다. 현장 체질인 셈이죠. 전자산업은 제품·기술·시장 등이 급변합니다. 한마디로 박진감이 흘러 넘쳐요. 이러한 변화무쌍한 변화속에서 신바람나게 일하고 매년 매출목표를 초과 달성한다는 도전정신으로 일선에서 활동하다 보니 세월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는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상품을 부가가치 없이 그대로 소비자에게 판다는 것은 상품을 옮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 짐꾼에 불과하다”며 “영업 프로세서를 거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영업의 존재 이유이자 진정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우수한 영업인력은 시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식견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읽을 수 있어요. 대리점 사장과 함께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대리점의 경영지도·육성계획·실판매에 대한 협의 등 많은 역할이 요구되는 만큼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의 답을 찾는 게 영업사원의 몫입니다.”

 이 사장은 또 국내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언제나 삼성전자가 만든 제품이 내수시장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고 한다. 이를 위해 영업 최일선에 있는 영업사원들부터 임원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업무에 매진해 왔다고 지난 한해를 회고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는 정신으로 전 임직원이 일한 결과, 지난해 IT 수요 장기침체·미국 테러사건 등으로 내수경기까지 침체돼 매우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도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는 가전과 이동단말기에선 기대 이상의 매출 성과를 거두었다.

 비록 PC 등 IT사업부문에서 워낙 수요가 감소하다 보니 전년대비 소폭의 감소가 있었지만 사업부 전체 매출은 사업부 유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일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전사적으로 이익이 전년에 비해 다소 감소했습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국내영업사업부가 전사적인 수익원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부가가치 창출’에 매진했습니다. 이에 제 집무실은 물론 임직원 모두의 책상 유리 밑에는 1만원짜리 지폐를 놓았습니다. 1만원권 지폐를 항상 간직하고 있으면서 부가가치를 1만원 더 올리자는 의식을 강조해왔고 올해도 똑같습니다.”

 이 사장은 올해 경기를 전년에 비해 다소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연초 목표를 깨기 위해 영업의 출발선에 다시 올라섰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을 4.5%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영업사업부는 올해 전년대비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월드컵축구와 디지털방송의 시작으로 AV중심의 디지털가전 수요가 확대되고 윈도 XP 출시 이후 PC 대체수요로 인해 IT군의 매출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IT군은 20% 수준의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사장은 80년대 초 컬러 TV의 출현으로 전자산업이 번영기를 누렸듯이 올해는 디지털제품이란 신시장을 선점하고 이 새로운 시장에서 시장 리더십을 확보해 올해를 ‘제2 도약기의 원년’으로 삼기로 했다.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설치하는 소매물류서비스를 질적으로 향상시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나간다는 것도 이 사장의 올해 목표중 하나다. 고객이 주문하는 시점에 배달 가능한 시간을 사전에 제시하는 납기예약시스템을 도입, 고객이 원하는 정확한 시간에 배달한다는 것이다.

 “대리점의 불편이 없도록 질 높은 물류지원을 할 것입니다. 대구지역에 5600평 규모의 현대식 물류센터를 이달말쯤 완공할 계획이며 물량이동이 가장 많은 수도권 대응을 위해 동서울 지역에 7000평 이상의 창고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전속유통점의 경쟁력를 강화하는 것은 현안과제다.

 “대형 매장과 저렴한 가격, 폭넓은 구색을 갖추고 고객을 집중 공략하는 신유통점이 성장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할인점은 전자유통시장에서 15∼20%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신유통점의 공세가 강하더라도 우리 대리점이 쉽게 시장을 넘겨 주진 않을 것입니다.”

 그는 신유통점에 대응하기 위해 전속유통점의 비가격적인 경쟁요소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객은 이제 가격만으로 제품의 값을 메기지는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구입과 사용에 대한 가치를 제안함으로써 고객들에게 가격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매장의 제품판매 기능에 사후서비스와 PC교육을 접목한 자사의 리빙프라자를 현재 245점에서 연말까지 300점으로 확대해 고객에게 원스톱쇼핑의 즐거움을 제공, 바잉파워를 앞세워 가격할인정책을 펴는 신유통점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로 했다. 또 대리점들을 ‘파워AVP(Audio Visual PC)’와 ‘AVP’점으로 전환, 디지털 전문점으로 변신시키는 것도 주요 내용이다.

 “고객과 시장 제일주의로 영업을 적극 전개할 계획입니다. 고객이 자사의 봉급을 주기 때문에 시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데 노력을 더욱 기울일 것입니다”. 올해도 이 사장은 지난해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영업현장을 발로 뛸 생각이다. ‘기록을 깨는 게 영업의 역사’란 소신에서다.

 

  <약력>

 △49년 경남 산청 출생 △71년 연대 경영학과졸 △84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조사담당 이사 △90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경영관리담당 상무이사 △91년 삼성전자 가전부문 상무이사 △94년 삼성전자 가전판매사업부장 전무이사 △98년 삼성전자 국내판매사업부장 부사장 △2000년 삼성전자 국내판매사업부장 대표이사 부사장 △2001년 현재 삼성전자 국내판매사업부장 사장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