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광부품업체들이 지난해 시장침체로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별다른 호전기미가 없어 몸살을 앓고 있다.
2000년부터 100억여원을 투자해 광부품사업을 키워온 H사는 지난해 매출목표 10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쳤고 지난해에만 60억원을 투입한 또 다른 H사는 10억원의 매상을 올린 지난해 7월 이후에는 매출을 전혀 올리지 못했다.
광도파로부품을 개발한 A사의 경우, 제품양산에 따른 매출은 엄두를 못낸 채 설계 서비스 등으로 소량매출을 올리는 실정이고, B사의 경우에도 알려진 바와는 달리 제품판매가 아닌 패키징 서비스만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S사는 지난해말 완공을 목표로 시작한 5000㎡규모의 신축공장 공사를 거의 중단한 상태이고 기존 생산라인도 가동률이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 큰 기대를 안고 사업을 구상했지만 지난해 불황에 따른 투자 감소, 국내 광부품업체들의 취약한 경쟁력 등으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며 “소규모 업체들의 경우 올해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생존을 위한 버티기 경쟁을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찬바람 부는 시장=지난해는 몰론 올초에도 수요가 살아날 기미가 안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국내 광 인프라 투자는 전년 대비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등 동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올해도 국내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광수동소자업체 N사의 관계자는 “국내수요가 거의 없는데다, 있다 해도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 원가 이하의 가격선에 공급이 이뤄지는 등 시장동향이 비현실적인 상태”라며 “지난해 페룰 값만 3000원이 되는 점퍼코드가 3800원에 납품된 사례가 있는데 인건비와 다른 재료비를 감안하면 원가 이하의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장이 냉각된 가운데, 투자자들과의 관계 때문에 당장 매출실적을 올려야 하는 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그나마 광접속함체 등 대부분의 부품은 국산제품을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뢰성과 지명도 확보가 관건=결국 눈을 돌려야 할 곳은 해외시장이라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일렉트로닉캐스트(ElectroniCast)에 따르면 지난해 광 커플러 시장은 6억200만달러에 이르고 평면광도파로 시장도 1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광부품업체들은 대부분 지명도가 떨어지는데다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도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오랜텍 장우혁 사장은 “광부품사업의 특성상 온도·진동 등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무척 중요하다”며 “수천시간 동안 온도관련 테스트를 진행하며 계측장비를 통해 결과를 실시간 확인해야 하는 등 소규모 업체로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또 “내수시장 규모가 작아 빠른 피드백과 보완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원인”이라고 귀띔했다.
화이버넷 송영진 사장은 “최근 가격은 떨어지고 신뢰성 확보 수준은 오히려 올라가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어 부품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벨코어와 같은 기본적인 인증 외에도 UL인증 등 다양한 신뢰성을 요구해 관련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