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이 사라졌다.
2000년·2001년 꿈의 이동통신이라고 불리며 잇따라 허가됐던 IMT2000이 4조원에 가까운 돈을 먹고 갑자기 사라졌다.
불과 1년 전 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이동통신 인프라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주목을 끈 IMT2000이었다.
차세대 정보통신산업 육성, 벤처중소기업 활성화, 세계 최고수준의 이동통신 구현이라는 당시 목표는 대기업·중소기업에서 갹출한 4조원에 이르는 투자비와 함께 통신시장에서 실종됐다.
◇어떻게 사라졌나=IMT2000사업이 자취를 감춘 것은 허가 완료된 지 불과 1년여 만이다. KT아이컴·SKIMT 등 허가받은 사업자는 있지만 정작 사업은 대주주의 외면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허가해준 정부는 CDMA 기반 2G의 무선인터넷에만 관심을 나타낼 뿐 WCDMA(유럽형 표준)가 주류인 3G에는 사실상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장비개발업체인 LG전자는 “피나는 노력으로 선진국을 앞서는 비동기식 3G시스템 개발에 성공했으나 고의적인 외면에 시달리고 있다”고 불평했다.
원천기술을 갖췄다던 동기식은 아예 장비 발주나 벤치마킹 테스트 일정마저 나오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음성통신 기반인 2세대의 cdma2000 1x가 IMT2000이며 세계 최초라는 주장만 제기되고 있다. 불과 1년 전 막대한 출연금을 받고 허가했으면서도 2G에서의 IMT2000만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일반국민이나 벤처를 포함한 투자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IMT2000 출연금을 바탕으로 거창한 정보기술(IT)·생명기술(BT)·문화기술(CT)·나노기술(NT)·환경기술(ET) 개발계획만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서 허가받을 당시 정부에 제출했던 2002년 6월 상용화 계획서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상용화 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허가법인의 대주주들은 2·3세대 법인간 조기합병작업만 서두르고 있다.
2000년 7월 IMT2000 정책방향이란 거창한 자료를 기반으로 3G서비스를 허가했던 정통부는 IMT2000법인의 흡수·통합이 예견되는데도 새로운 IMT2000 정책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IMT2000이 지리멸렬하고 있는데도 누구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금을 내놓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3G 기술개발을 서둘렀던 벤처 등 관련산업체만 아우성이다.
◇실종의 주역은=1년 전까지만 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IMT2000을 무대뒤로 사라지게 한 주역은 허가법인의 대주주인 SK텔레콤·KT·LG텔레콤이다.
지난해 말 KT의 이상철 사장은 KT아이컴이 허가증을 교부받은 지 채 한달도 안된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2G 자회사인 KTF와 3G 법인의 조기합병 방침을 밝혔다. KT는 현재 KTF와 KT아이컴의 주요경영진이 참여한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서두르는 등 조기합병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똑같은 비동기사업자인 SKIMT는 SK텔레콤의 의지에 따라 직원 30여명 수준의 페이퍼컴퍼니에 머물고 있다. 최근 KT아이컴의 2003년초 상용화 움직임에 자극받아 상용화 일정을 앞당기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나 주요관심은 3G 상용화가 아닌 SKT와의 조기합병이다.
이들이 사업권 경쟁 당시 2002년 6월 상용화 방침을 명시한 상태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동기식 사업권을 획득한 LG텔레콤도 IMT2000 참여주주들로부터 유상증자금을 납입받자마자 “2㎓대역의 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적어도 1년 6개월 정도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물론 2G와 3G간 투자·경영의 효율화라는 대주주 및 정부의 속내에 대해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왜 3G를 허가했고, 왜 사업권을 받았으며, 왜 투자자들로부터 2조 가까운 돈을 끌어들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당초 IMT2000 정책목표는 변경될 수도 있다. 그러나 IMT2000의 존재 자체를 애써 무시하거나 감추어서는 안되며 허가법인 대주주의 입장만 고려돼선 더욱 안된다. 정부와 IMT2000 허가법인의 대주주들은 사업조기 집행으로 정보통신분야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당초의 정책목표 및 사업계획서에 대해 이젠 답변을 해야 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