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주의 수익성이 올해 코스닥시장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올들어 코스닥지수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휴맥스 등 수익구조가 탄탄한 종목들의 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어느 해보다 IT주의 수익을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표참조
작년 초에는 새롬기술 등 성장성 높은 주식으로 평가받았던 인터넷주가 코스닥시장의 상승을 견인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올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수익성 높은 IT주들이 각광받는 것은 IT 경기회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회복기에는 수익기반을 갖춘 업종대표주들이 각광을 받기 때문이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시점에는 삼성전자 등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들이 장을 이끄는 게 일반적”이라며 “코스닥시장에선 수익구조가 탄탄한 IT주들이 업종대표주로 부각되며 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대형 IT주라고 해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IT 경기회복에 따른 수혜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다수 IT주들이 경기민감주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수익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뭘까. 코스닥시장의 상당수 IT업체들이 설립된 지 얼마 안돼 경기회복기에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코스닥등록 벤처기업의 80% 이상이 90년대 이후에 창업하고 최근 2∼3년사이 집중적으로 등록한 만큼 벤처기업과 경기사이클 사이에 연관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엄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와 같은 경기침체에도 높은 수익을 낸 IT업체들은 실적개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해 적자를 내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한 업체들은 올해 IT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실적회복을 장담키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 IT경기 회복시점이 연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IT업체의 수익을 강조하는 요인이다. IT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늦춰질 경우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돌아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국내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우량주식 선호현상은 코스닥시장의 수익성 중시 풍토를 한층 더하게 할 전망이다. 코스닥시장의 최대 세력인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몇년동안 외국인들을 지켜보면서 우량주식을 고르는 ’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종의 학습효과인 셈이다. 실제 올들어 개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수, 예전보다 “똑똑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코스닥위원회의 퇴출의지도 주목된다. 코스닥위원회는 올해 부정하거나 부실한 코스닥업체들에 대한 퇴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부실기업의 퇴출은 IT업체의 실적 특히 수익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닷컴열풍으로 성장했던 인터넷주의 몰락도 수익성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서정광 연구원은 “최근 새롬기술의 미국 자회사인 다이얼패드커뮤니케이션스가 사실상 파산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사건은 성장성을 강조했던 IT주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며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가치주를 중시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