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서버 등을 공급하는 미국의 컴퓨터업체들이 지난해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외 증시의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정보기술(IT)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컴퓨터업체들이 올해 경기회복과 함께 그동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업체들이 올해 컴퓨터 산업을 낙관적으로 보지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같은 기대감이 한풀 꺾이고 있는 양상이다.
컴팩컴퓨터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장마감후 4분기 주당순이익이 0.06달러를 기록, 월가의 추산치인 0.01달러를 크게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컴팩컴퓨터는 월가로부터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평가를 받았다. 메릴린치 등 주요 투자사들은 곧바로 컴팩컴퓨터의 올해 주당순이익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마이클 카펠라스 컴팩컴퓨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IT시장에서 뚜렷한 개선의 신호가 있었다”며 PC산업이 최악의 부진을 벗어났음을 시사했다.
애플컴퓨터도 이날 1분기(10∼12월)에 0.11달러의 주당순이익을 달성, 월가의 기대치에 충족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델컴퓨터도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 17일 컴퓨터주의 대표주자인 IBM이 지난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3% 줄어든 22억8000만달러에 그쳤으며 주당순이익도 기대치(0.43달러)에 모자란 0.41달러에 머문 것으로 발표, 찬물을 끼얹었다. IBM은 결국 전날보다 5.15달러 떨어진 114.2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컴퓨터주는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올 상반기내내 PC판매는 감소할 것”이라며 “1분기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2%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컴팩컴퓨터의 경우 실적개선이 대부분 서비스사업부에서 이뤄졌으며 PC사업부는 6900만달러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컴팩컴퓨터는 올 하반기까지도 PC사업부가 이익으로 돌아서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이미 향후 3∼6개월 동안 기업들의 IT관련 투자를 억제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컴퓨터업체들이 대부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올해 IT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