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잡기(catch up)는 이제 그만, 길목에서 기다리자.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일감부족에 시달렸던 국내 주요 PCB업체들이 올해부터는 차세대 기술의 조기 개발을 통한 길목지키기 경영에 본격 나섰다.
국내 주요 PCB업체들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미·일 따라잡기 경영에서 탈피, 미래 기술 선점을 통한 고지 선점 전략 경영에 나선 까닭은 선진국을 모방해서는 더이상 냉혹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
특히 우리의 뒤를 바짝 뒤쫓아오고 있는 중국이 WTO가입을 계기로 세계 PCB무대에 본격 나설 경우 국내 PCB산업 입지는 더욱 좁아들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지금까지의 전개해온 다층인쇄회로기판(MLB) 및 BGA기판으로는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올해부터는 플립칩 기판 사업에 전력 투구하기로 했다. 플립칩 기판은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서에 장착되는 PCB로 현재 선진국 업체도 샘플 생산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오는 2004년은 돼야 대중화될 차세대 PCB다.
올초 조직 재정비를 통해 새출발을 다짐한 LG전자 DMC사업부(일명 PCB사업부)는 차세대 빌드업 및 패키지 공법으로 부각되고 있는 NMBI(Neo Manhattan Bump Interconnection)공법 상용화에 사활을 건다는 계획. 일본 노스사와 전략적 제휴아래 개발에 나선 NMBI공법이 조기 상용활될 경우 기존 MLB 크기를 50% 정도 줄일 수 있는데다 생산 투자비도 획기적으로 개선, 차세대 PCB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통신시스템용 대형 MLB시장 축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대덕전자(대표 김성기)는 복층(일명 Via to Via) 빌드업 공법의 조기 상용화에 총력을 경주할 계획. 이 공법은 현재 MLB의 표면층에만 빌드업 공법을 적용해온 현 공법보다 한 단계 진보한 기술로 여러 층의 빌드업 기판층을 형성하는 최첨단 PCB 제조방식.
특히 제3세대·제4세대 이동통신시대가 열리면 거의 모든 휴대폰과 관련해 시스템에 이 공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여 선진국 PCB업체들도 사활을 걸다시피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것.
극심한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고전했던 심텍(대표 전세호)은 품목 다양화로 활로를 뚫는다는 전략이다. 특히 심텍이 미래 수익 사업으로 보고 역점을 둔 부문은 임베디드PCB. PCB 표면에 실장되는 저항·콘덴서 등을 회로화해 PCB에서 처리하는 임베디드PCB는 향후 PCB업계의 최대 화두로 대두될 전망이다. 심텍은 이를 전담한 연구조직을 결성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한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대덕GDS(대표 유영훈)는 PDP·DVD 등 디지털 가전용 PCB에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디지털 가전 시장은 워밍업 수준”이라면서 “월드컵을 계기로 디지털 가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지닌 라인 구축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