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정보 염정태사장 `한국 100대 CEO`에 뽑히 이유는

 

 최근 한 중앙 일간지가 각 분야 전문가집단을 통해 선정한 ‘한국의 100대 CEO’ 리스트에는 시스템통합(SI)업체 중 유일하게 쌍용정보통신 염정태 사장이 포함됐다.

 SI업계에서 대외활동이 거의 없는 염 사장이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다른 인사들을 제치고 100대 CEO에 선정됐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다들 의외라는 반응. 실제로 염 사장은 쌍용정보통신 사장으로 부임하기 이전까지는 시멘트 제조업체인 쌍용양회공업에서 출발해 종합상사인 (주)쌍용과 쌍용중공업 등 이른바 굴뚝 산업만을 거쳐왔다.

 그래서 IT업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염 사장의 경영이력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번 100대 CEO 선정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30년 넘게 쌍용그룹에서 일하며 시장개척이 어려운 신설사업이나 위험부담이 큰 사업만을 맡았고 그때마다 예상밖의 활로를 찾아내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왔던 것.

 가장 대표적인 일화가 지난 82년 (주)쌍용에 근무하던 시절, 중동전이 한창이던 이란에 기관차 수출을 성사시킨 일이다. 당시 이사였던 그는 물자수송이 다급해진 이란정부에 현대가 만든 기관차를 팔았고 터키국경을 넘어 이란까지 직접 찾아가 기관차를 인도하고 돌아왔다.

 88년부터 4년간 (주)쌍용저팬 사장으로 일할 때도 에피소드가 많았다. 당시 일본은 우리 업계가 부품을 사오는 시장으로 인식됐을 뿐 상품을 팔기에는 장벽이 너무 높았다. 하지만 그는 포항제철의 철강부터 쌍용의 시멘트까지 본사에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품목들을 보란 듯이 팔아치웠다.  현재 사령탑을 맡고 있는 쌍용정보통신만 해도 지난 98년 염 사장이 부임할 당시엔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염 사장 취임 후 쌍용정보통신은 육해공군의 핵심 국방SI사업을 비롯해 텔레콤, 공공, 스포츠, 방송SI부문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기관차를 팔기 위해 이란으로 날아갔던 종합상사 시절이나 SI업체를 이끌며 국방SI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지금이나 무모하게 보이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힘은 그가 지닌 ‘빈틈없는 전략’과 ‘포기할 줄 모르는 집념’에서 나온다는 게 그간 염 사장을 지켜봐 온 주변 지인들의 얘기다.

 실제로 쌍용정보통신 직원들도 염 사장을 “일단 영업목표가 정해지면 단위가 크든 작든 최종계약이 이뤄질 때까지 모든 절차를 꼼꼼하게 챙기는 경영자”라고 말한다. 계획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해결방안을 찾을 때까지 몇시간이든 실무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식자리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들으면 메모를 잊지 않는다.

 염 사장 스스로도 “뭐가 잘못됐을까를 차근차근 따져보면 실마리는 풀리게 마련이고 오히려 성공확률이 희박한 사업일수록 더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고 말한다.

 결국 가능성이 조금만 보여도 끝까지 파고드는 집념과 치밀한 전략이 CEO로서 성공한 그의 비결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