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개 중소기업 IT지원사업 중 협업이 부각되며 정부의 중소기업 IT지원사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 사업은 기업들간 협업적 IT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소요되는 컨설팅 비용에 대해 업체당 최고 2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으로 대우통신이 협력관계에 있는 46개 중소기업과 생산계획 및 재고정보를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신청, 1차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산자부는 지난해 대기업-중소기업간 협업사업을 위해 별도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데 이어 전경련과 공동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중소기업간 협업 실현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하게 연구, 지원할 준비를 진행중이다.
정부가 중기 협업 IT부문에 이처럼 발벗고 나서는 데는 협업이 e비즈니스의 진화과정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산자부 관계자는 “단순 채널로 출발한 인터넷이 통합(intigration)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협업으로 발전해 결국 E커머스가 C커머스로 발전하는 경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IT 솔루션을 통해 열악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지원사업으로 시작됐지만 이제 그 방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시점이 됐다는 의미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업의 중요성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67%가 대기업과 직·간접적인 거래관계에 있다는 산업 특성에서 기인한다.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처음부터 개별기업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대기업과 거래에 주안점을 둘 경우 실질적인 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다.
단순한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도입을 통해 기업정보화를 꾀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경영혁신을 추구하고, 특히 ‘인터넷 상거래 인프라 구축’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둘 경우 중소기업의 정보화 사업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 협업은 업무절차나 데이터 표준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산업의 인프라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갑-을 관계로 인식돼온 종전의 거래문화가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분명한 파트너로서 재정립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공적인 협업을 구현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상호신뢰와 기업 경영진부터 실무진까지의 마인드 변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듯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성공적인 협업은 그만큼 더디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일단 협업의 관계로 들어선 상황에서 대기업의 생산계획이나 재고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이 입을 수 있는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런 문제는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해결되는 일이지만 상호신뢰가 구축돼 있지 않을 경우 결국 문제해결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신혜선 기자 shinhs@etnews.co.kr>
◆사례(1)-현대기아차
언제부턴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부품에 달려 있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뭐니뭐니해도 최종 소비자의 가장 중요한 차 선택 기준은 매끈한 외관에, 빼어난 성능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완성차를 구성하는 부품 기술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 전부터 전세계 자동차업계에 부품 ‘모듈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잡게 된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여기다 비록 완제품이 고가에 속하긴 하지만 부품조달의 낙후성은 결국 취약한 원가구조로 이어져,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1차, 2차, 3차, 심지어 n차로 이어지는 다단계 협력구조에서는 품질 경쟁력 확보와 조달 프로세스 개선이 결코 쉽지 않은 게 사실. 협력관계상의 어느 한 기업만이 잘해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와 정보기술(IT) 계열사인 오토에버(대표 정순원 http://www.autoever.com)가 주도하는 협업적 IT화 사업은 제품 생산과정에서 협력사들과 탄탄한 정보공유 환경을 구축, 궁극적으로 완성차의 기술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다. 현대기아차의 잦은 생산계획 변경이나 긴급발주에 따라 현재로선 상당수 협력업체들이 재고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 같은 부품이라도 기업마다 상이한 제품코드를 채택하고 있는 관행과 대다수 영세 협력사들의 낙후된 정보화 수준도 쉽지 않은 해결과제다.
오토에버가 추진중인 협업적 IT화 사업은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이런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풀고자 한다. 우선 지난 6개월여 동안 1·2·3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생산협업시스템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한데 이어, 지금은 수천여종의 품목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중이다. 또 산자부 지원과 현대차의 공동 출연을 통해 약 35만건에 달하는 품목의 전자카탈로그를 구축, 완성차 업계는 물론 광범위한 협력사로 확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협력사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자동차산업에 특화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오토 ERP’ 보급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오토 ERP는 비단 완성차와의 거래환경뿐 아니라 1·2차 협력사 거래업무도 반영한 솔루션이다.
이를 통해 오토에버의 협업 IT화 사업이 가져올 기대효과는 한마디로 공급망(SCM)에 포진한 협력사들의 공동 경쟁력 강화. 생산협업시스템을 통해서는 각종 변수를 고려한 생산계획 수립으로 완성차에서 1·2·3차로 이어지는 모든 협력업체들이 각자의 생산물량과 재고를 공유할 수 있다. 이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만 해도 올해부터 오는 2005년까지 총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카탈로그를 통한 온라인 구매로 완성차 업체는 대당 평균 4.9%의 원가 감축이 예상된다. 생산·납품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협력사 범위도 올해 500개사에서 내년에는 1000여개사로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량적인 비용효과 외에도 제품 개발단계서부터 설계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설계기간 단축 및 시제품 개발비용 절감이라는 협업의 본질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서한 기자 hseo@etnews.co.kr>
◆사례(2)-대우통신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하는 ‘협업적 IT화 사업’에서 대우통신(주)과 44개 협력업체, 대우정보시스템이 참여한 ‘대우통신 IT화 컨소시엄’이 지원 1호로 선정됐다.
대우통신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산자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사업참여 지원서를 제출, 공단 측으로부터 사업을 승인받았고 12월 본 사업에 착수해 올 상반기 완료할 계획이다.
총사업경비는 컨설팅 및 SW 도입을 포함해 9억6000만원이며 중진공의 지원비는 5억5500만원이다. 이에 따라 30개 참여기업은 업체당 평균 1900만원을 각각 지원받는다.
지난해 9월 산자부 주도의 협업적 IT화가 시작된 이후 최초로 승인받은 사업인 만큼 이를 검토하고 있는 여타 업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협업적 IT화 지원사업은 개별기업에 대한 사내정보화 지원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공급망의 연계기업간 정보공유 및 e비즈니스 촉진을 가져와 산업계 전체에 미치는 효과 역시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대우통신은 그동안 협력업체들과 전화, 팩스 등으로 주고받던 자사의 생산계획, 제품 입고시기 등을 온라인 시스템화하고 협력업체의 자체 생산관리 및 정보화를 일궈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우통신과 대우정보시스템이 각각 인력과 IT기술을 지원한다.
이 사업의 추진배경은 개별기업 차원의 사내 정보화시스템을 산업내 서플라이 체인에서 B2B, e비즈니스 등으로 연계 활용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인식의 확산에 있다. 대우통신 납품업체들은 서플라이 체인의 정점에 있는 대우통신을 비롯, e마켓플레이스 등과도 공동 활용할 수 있는 IT시스템을 구축해 업무 프로세서의 표준화와 사회적 비용절감을 노린다.
이번 사업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대우통신과 협력사들간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계획, 재고정보 교환을 온라인상에서 구현한다. 이를 통해 모기업과 협력사간의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모기업인 대우통신의 생산계획, 자재, 입고 등 납품을 위한 모든 정보가 협력사와 연동돼 상호간 온라인상(http://www.dwtpusan.com)에서 주고 받을 수 있다. 특히 이 시스템은 상호간 구매발주 등 전자상거래 지원기능과 더불어 공동설계를 통한 정보공유시스템 역할도 한다. 현재 컨설팅 작업을 거쳐 웹으로 접속하는 SCM을 시범적용 중이다.
또 하나는 협력사들의 생산·자재·재무·인사 등 자체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의 도입이다. 컨소시엄내 시스템 사업자인 대우정보시스템이 자체 개발한 ERP ‘BES’를 ASP방식으로 제공한다. 이에 따라 영세적인 협력업체들은 전산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업무프로세서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교육과 컨설팅을 동시에 진행중이며 최근 업체 대상의 기초자료 입력교육을 마친 상태다.
컨소시엄은 2월말까지는 5개 업체에 대한 SCM, ERP 완료 보고회를 갖고 향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밖에 상호 공동설계를 지원하는 정보공유시스템인 고객상호관리(CIM)와 제품정보관리(PDM)도 연내 도입을 검토중이다.
대우통신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추진중인 동일한 유형의 협업적 IT화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