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테러사태 여파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석유화학 산업은 오는 2분기부터 회복국면으로 반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대선 등 특수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과 세계적으로 유화제품 신증설 설비 가동률이 2000∼2001년도의 7% 수준에서 3%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급과잉, 가격하락 등 이중고에 시달려 e비즈니스 투자를 늦췄던 여러 기업들이 기업의 투명화와 디지털화를 내세우며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RP 구축 ‘붐’=올해 석유화학 업계의 정보기술(IT) 최대 이슈는 ERP로 귀결된다. 내수시장보다는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석유화학업계의 절박한 논리는 결국 기업의 글로벌화로, 또 바로 ERP 도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미 지난해 7월 한화석유화학이 ERP를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업계 선두업체인 LG화학은 올해 7월 ERP 가동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올해 60억∼70억원의 투자예산을 책정한 삼성종합화학도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ERP 프로젝트를 올해 마무리 지을 예정이며, 호남석유화학도 ERP 도입을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
◇SCM기반 다지기=석유화학업체들은 대부분 올해 내부 인프라를 갖추고 내년부터 외부접점을 강화해 공급망관리(SCM)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G화학은 올해 7월부터 운영되는 ERP를 기반으로 10월부터 SCM 도입을 위한 사전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한화석유화학도 오는 2003년 SCM 도입 검토를 위해 하반기부터 내부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며, 삼성종합화학도 ERP를 도입하면서 SCM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현대석유화학은 올해 비용이 비교적 많이 드는 SCM보다는 고객관계관리에 초점을 맞춰 e비즈니스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구매 효율화=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좋지않은 기업일수록 구매효율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ERP를 도입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아 섣불리 계획하기 어렵지만 구매효율화를 위한 전자구매(e-procurement)시스템 구축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들면서도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신정보시스템을 구축한 대한유화공업은 올해 약 6억원의 투자비용을 들여 전자구매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석유화학도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 전자구매시스템의 활용을 늘리고, MRO를 중심으로 일부제품은 e마켓플레이스 등을 통한 구매대행을 실시해 비용절감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이처럼 △ERP도입을 통한 내부인프라 구축 △SCM 사전준비작업 △구매효율화로 정리되는 올해 석유화학업계의 e비즈니스 전략은 전체 화학산업으로 파장효과가 커질 전망이다. 석유화학이 화학산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약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도료, 화장품 등 일부 정밀화학 업종에서 ERP도입, 대리점과의 협업체제 구축 등이 시작된 것이 같은 맥락이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