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메모리사업을 인수함으로써 얻는 가장 큰 인센티브는 뭘까.
전세계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 공장 인수를 통해 마이크론의 메모리 공급물량 조절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우선으로 꼽고 있다. 마이크론이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면서까지 메모리 공급물량을 조절한다면 가격인상이라는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불황기가 닥칠 때마다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가동중단, 즉 감산의 방법을 택해왔다. 특히 자국 공장보다는 외국공장 가동중단 및 폐쇄를 최우선적 조치로 활용해왔다.
98년 반도체 불황기가 닥쳤을 때 지멘스는 독일내 공장가동은 축소한 반면 영국공장은 과감하게 폐쇄했다. 히타치 역시 자국내의 공장이 아닌 미국공장을 폐쇄했고 미쓰비시 또한 같은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하이닉스가 감산계획 발표와 함께 미국 유진공장의 가동을 6개월간 전면중단한 것이나 도시바가 미국 도미니온 반도체공장을 마이크론에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불황기에 외국공장은 폐쇄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곤 하지만 아무래도 외국공장은 자국공장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뒤처지게 마련이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생산설비를 자사가 보유한 다른 해외공장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어 공장폐쇄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이닉스는 보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하이닉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핵심기술과 추가설비투자를 하는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마이크론에 반도체장비를 공급한 경험이 있는 A 사장은 “마이크론이 미국업체여서 합리적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지나칠 정도로 국수적인 성향이 강해 장비공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이닉스의 메모리공장을 인수하더라도 기술 및 설비투자 부문에서 미국공장에 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더욱이 2002년 1분기 기준으로 0.18미크론 83%, 0.15미크론 17%인 하이닉스의 생산설비를 1, 2년안에 0.15미크론 미만으로 미세화해야 원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를 추진하려면 팹(fab)당 2억5000만달러 이상이 소요되는데 과연 마이크론이 해외공장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다.
하이닉스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반도체부문에만 연평균 1조720억원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던 지난해 설비투자액은 1315억원 수준에 그쳐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메모리사업을 인수할 경우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김광선 대학원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300㎜에 투자한 후 필드테스트에서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이에 반해 하이닉스는 지난해 위기의 여파로 경쟁력이 저하됐다”며 “메모리 경쟁력은 첨단설비투자와 직결되므로 한발 앞선 투자와 시장에서의 기회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만일 지속적인 기술 및 설비투자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당초 우려하던 바대로 하청공장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메모리산업 전반의 문제가 될 수 있어 협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원에드워드의 김중조 사장은 “신규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사업부를 매입하는 마이크론의 몫이겠지만 그동안 하이닉스의 메모리사업이 담당해온 국가산업경제의 기여도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라며 “국내 장비업체 대부분이 매출 30% 가량을 하이닉스에 의존해온 터라 마이크론의 신규투자 결정은 장비업계의 생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를 마이크론에 넘긴다 해도 가동중단은 물론 신규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가동중단과 신규투자는 경영권을 가진 마이크론이 판단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하이닉스에 목줄을 대고 있는 고용인은 물론 연관 산업계, 지역주민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마이크론의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이러한 장치를 보장할 수 있다면 특혜시비가 일지라도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마이크론에 대해 다양한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하이닉스 생산라인의 지속적인 가동이지 경영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