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차기 수종사업은 무엇일까. 또 손길승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쌍두마차 체제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내년 4월 8일로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는 SK에 던져지는 궁금증이다.
올초 최고경영진이 모인 신년 교례회에서 올해를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해’로 정한 SK는 무엇보다 진행 중인 사업의 구조조정을 연내 마무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한다고 밝혔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조만간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50주년 비전 선포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 53년 선경직물(구 선경, 현 SK글로벌)로 시작해 SK(주)(구 유공)·SK텔레콤(구 한국이동통신) 등 에너지와 정보통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 SK. 일부에서는 ‘인수 덕’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양대 사업 모두 국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SK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룹 4기 SK의 미래, 생명과학이 책임진다=지난 97년 ‘오는 2010년까지 생명과학 산업을 벌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운 SK는 SK(주)·SK케미칼·SK제약·동신제약 등 관계사를 총동원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설립한 SK차이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차이나는 그룹의 중국 진출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기업이지만 중국의 ‘생약’을 대량 상품으로 출시하려는 SK의 생약 중심 생명과학사업의 중심축이다. 대덕단지와 미국 뉴저지에 생명과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SK는 SK(주)를 통해 상반기 중 중국 현지법인과 합작으로 ‘중약기술연구’를 위한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손 회장-최 회장의 쌍두마차 체제 언제까지=SK 경영체제는 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과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직계존속간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43세. 최 회장이 전경련 활동 등 대외업무를 제외한 내부사업을 진두지휘한 지 오래지만 공식적인 활동에서 그룹을 대표하는 회장은 분명 손길승 회장이고, 최 회장은 SK(주)의 회장으로 국한돼왔다. 그러나 언제까지 최태원 회장이 손길승 회장의 그늘에 있을 수는 없다. 업계에서는 SK가 창립 50주년을 기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되 최태원 회장을 SK를 대표하는 차기 회장으로 부각시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SK 내부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을 준비된 SK그룹 차기 회장으로 초점을 맞추고 경영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의 소유자로 부각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촌형제의 화합은 어떻게=업계에는 고 최종건 창업주 직계존속과 SK그룹을 형성한 고 최종현 회장 직계존속간 재산분배·계열분리의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그룹 측에서는 “재론할 가치가 없다”며 일축한다.
그룹 측이 전하는 이와 관련된 일화 하나.
지난 98년 최종현 회장의 타계와 함께 손 회장과 최 회장의 양대체제를 형성키로 한 SK에는 당시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장 역할을 맡은 이가 창업주의 장남인 SK케미칼 최윤원 회장(2000년 타계)으로 형제들은 ‘가장 유능한 이를 회장으로 추대해 끝까지 밀어준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형제간 가교 역할은 창업주의 2남인 최신원 SKC 회장이 맡고 있다.
SK의 다양한 신규사업이 ‘주유소·고객·통신 네트워크’ 3분야의 인프라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분할은 치명타다. 업계에는 사업 분할은 쉽지 않아도 SKC와 SK글로벌 등 창업주의 직계존속이 맡고 있는 기업에 대한 경영권은 지금보다 독립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