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0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21일 거래소시장은 프로그램 매수를 포함한 국내 기관들의 매수로 8.88포인트 오른 717.35로 마감됐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76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10일 연속 매도 우위를 계속했다. 외국인들의 이같은 10일 연속 순매도 행진은 지난 99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00년 3월 이후 기술주 폭락사태에서도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6일 연속까지만 나타났었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길어지면서 일시 조정 후 추가상승쪽에 무게를 두던 전문가들도 시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단순한 차익매물 차원을 넘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꺾였다는 것이다.
최근 나타난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경기회복과 관련해 각광받았던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주에 집중돼 있다. 주당 33만원까지 상승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5일 연속 하락하며 30만원이 붕괴, 이날 29만1000원까지 떨어지는 약세를 보였다. 경기회복 기대감을 이끈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은 부담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런 외국인들의 순매도 분위기 속에 국내증시도 당분간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기회복에 대한 대세를 논하기에 앞서 시장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실탄을 아끼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영원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V자형의 빠른 경기회복을 겨냥해 주가가 급등했지만 최근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 U자나 W자 회복을 말하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며 “빠른 경기회복을 기대한 주가와 기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간 괴리가 발생해 당분간 뚜렷한 주가 상승 모멘텀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외국인의 매도는 일시적 현상이며 중장기 관점의 주가상승에는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들도 700선 아래에서까지 매도를 이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최근 2주간의 조정장세로 단기 과열이란 부정적 시각도 많이 사라졌다”며 “중장기 상황에서의 경기회복 기대는 여전하며 다만 회복속도에 따라 주식시장의 반응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외국인들의 동향은 22일(현지시각) 발표될 아마존과 모토로라의 실적에 따라 다시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4일 발표되는 게이트웨이와 SBC 등의 실적도 관심사다.
김대중 SK증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동향과 미 증시는 오는 28일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와 경기전망에 따라 다시한번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향후 미 증시나 국내 증시 모두 기대감보다는 확인된 재료에 따라 움직일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