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중심에 협업이 뜬다]산업현장의 새바람

 중소 업종이 협업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공급망관리(SCM)를 주축으로 하는 협업 시스템은 대부분 전자·자동차·조선 등의 대형업종에서 추진돼 왔다. 그러나 최근 중소·대형 업종간 벽이 급속하게 허물어짐에 따라 협업시스템 구축은 이제 몇몇 업종에 국한될 수 없는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중소 업종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협업적 IT화의 유형으로 △오프라인상의 거래관계상 정점에 있는 모기업-협력중소기업간 생산관계·재고정보 교환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 △모기업 -협력중소기업간 공동설계를 지원하는 정보공유시스템 구축 △모기업-협력중소기업간 수발주 등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ERP 공동구축 등이 있다.

 이같은 중소 업종의 협업적 IT화는 지난해 산업자원부의 2차 B2B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골판지 포장·파스너·가구/목재·정밀화학·금형 등의 업종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B2B의 기반으로 여러 기업들의 협업시스템 구축이 핵심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다.

 최근 중소 업종의 협업 IT화 중 가장 각광받는 것은 공동 솔루션 구축이다. 모기업과의 생산계획 공유 등의 시스템 구현은 시간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중소업체들의 의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시각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고, 차후 다른 시스템과의 호환성도 높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공동 솔루션 구축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이를 통해 업종의 표준화 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해 업종간 B2B 활성화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출판·가구/목재 업종 등 여러 업종에서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출판업종의 경우 자음과모음·이룸사 등을 중심으로 상위 10여개 출판사들이 함께 공동ERP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한맥인포텍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개별 출판사의 자체 정보화 및 출판업종의 특징적인 외주관리 등의 모듈을 추가해 업종에 맞는 ERP시스템 구축을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출판사와 출판유통업체, 출판관련 물류센터, 서점간 협업적 네트워크 구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가구/목재 업종에서도 몇몇 업체가 빠르면 2월 중 공동 솔루션 구축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RP탬플릿 개발사업자 선정 이후 개별적으로 도입하는 것보다는 공동으로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분위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샘·동화목재 등 가구/목재 업계의 1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이 지난해 ERP구축 이후 올해 주요 목표로 SCM구축을 꼽고있어 영세한 가구/목재업계의 협업 IT화 바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한샘은 올해 간이 ERP솔루션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자사 공급사에 제공하기로 했으며, 동화목재도 우선 자사 협력사를 중심으로 SCM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정부의 협업적 IT화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 사업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사업지원을 승인받은 곳은 대우통신이 유일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현재 현대자동차·쌍용자동차·롯데그룹 등에서 협업 IT화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는 중소업종으로 금형을 꼽을 수 있다. 금형 전문 e마켓인 허브엠닷컴은 금형산업 부문으로 참여하기 위한 사업신청 작업을 진행중이다. 컨소시엄 참여 업체는 허브엠닷컴·메타소프트웍스·데이콤 등이며, 사업참여 확정 및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20여개 중소 금형업체의 참여가 예상된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섬유산업 협업 추진 현황

 섬유업계의 정보화사업인 QR(Quick Response)시범사업을 주관하는 섬유산업연합회는 올해 협업 IT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섬산연은 지난해부터 B2B사업으로 진행됐던 중소기업의 내부 인프라 구축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을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기업간 협업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미 제일모직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이 이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으며, 중소기업들도 내부시스템 혁신과 병행해 외부와의 접점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섬유업종의 협업IT화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월 초 확정되는 섬유직물산업 SCM협력사업은 섬유직물 수출상사 및 원사공급 업체·원사제작업체·원단가공업체간 거래에 따른 제반정보를 SCM기반으로 공유케하고 관련 서비스를 지원해 업체간 최적의 협업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협업시스템은 오더의 계약-발주-생산, 가공-검사-출하-가공료 청구-수불정리-정산 등의 업무 전과정을 관리·지원해주는 것을 뜻한다. 이 사업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동우섬유·내외섬유·제인통상 등 10여개 이상의 중견·중소업체의 참여가 예상된다.

 섬산연이 주도하는 섬유업종의 협업 IT화 기반은 거래 표준안 도출이다. 현재 섬산연이 개발한 표준안이 있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섬산연은 올해 선도 의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정보공유를 위한 공통 거래표준 도출 및 적용을 통한 SCM을 구축키로 했다. 형식상 만들어진 표준안이 아니라 업계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표준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협업시스템 구축지원을 위한 대기업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제일모직은 자체 개발한 의류생산정보공유 시스템을 섬산연과 공동으로 업계 내에 확산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코오롱도 업계 내 협업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SCM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대기업의 검증된 결과물을 업계 전반적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 섬산연의 협업 IT화 전략이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협업의 유형 

 협업의 유형은 기업 생산활동 어느 부문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그에 따라 선택하게 될 관련된 핵심 IT 솔루션도 달라지게 된다.

 대표적인 협업 방식으로 공급망기획(SCP)·공급자재고관리(VMI) 등에 기반한 협업을 비롯해 생산·재고 정보 교환이나 공동설계를 위한 시스템 구축, 기업간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 e마켓간 EC시스템 구축, 동일 업종 내 중소기업들간 ERP 공동구축, 공동 수배송 등 다양하다.

 ◇협업설계예측보충(CPFR)에 기반한 협업 사례=CPFR란 협력관계에 있는 제조·유통·물류업체들이 상품별로 정확하게 발주·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시간 정보공유시스템을 의미한다. 지난해 4월 한국물류와 유한킴벌리·제일제당·유니레버·오뚜기 등 5개사가 CPFR를 공동추진했다. 이 결과 초기 시행 업체인 유한킴벌리는 매출액 14.4% 증가, 재고율 25.3% 감소효과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후기 시행업체인 오뚜기도 13.5%의 매출증가와 30.7%의 재고감소, 83.3%의 겸품률 및 89.4%의 예측정확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사업을 추진한 5개사는 발주확정 및 수정시간이 약 40% 축소됐으며, 행사·신상품·프로그램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고, 사전입고 예정량을 확인할 수 있어 물류업무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꼽은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경영진과 실무진의 의지와 상호신뢰였다.

 ◇대구종합유통단지의 c비즈니스=대구시는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도시기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대구종합유통단지에 인터넷에 기반한 ‘C비즈니스 플레이스’를 도입, 중소유통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을 만들기로 했다. 대구상공회의소와 나라e비즈니스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c커머스의 핵심은 우선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경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파일럿시스템을 구축한 후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견적·상품 찾아주기·공동구매·공동배송 등의 협업시스템을 구축한다. 이후 경영정보시스템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월까지 파일럿시스템을 구축한 후 5월부터 본 시스템 구현에 착수할 계획이다. 단지 입주업체는 산업용재관·전자관·전기재료관·섬유제품관·일반의류관·철강물류·전자도매상가 등 7개관에 1079개사로 공동구매 및 마케팅, 배송 등에 드는 경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의 VMI e허브=LG전자가 도입한 VMI기반의 e허브는 물류창고를 외부에 두고, 공급자나 제 3의 아웃소싱업체가 대신 관리하되 구매자·공급자·창고 운영자 등 3자가 재고 정보를 실시간 공유, 공급 라인상의 재고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개념이다. 종전에는 구매 담당자의 임의 수요 예측과 수작업 주문에 의한 구매자의 일방적 운영으로 적정 재고를 유지할 수 없고, 구매자와 공급자간 실시간 정보공유 미비로 재고관리에 한계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다. LG전자는 e허브를 통해 자재 재고일수를 기존대비 40% 단축하고, 구매 업무 프로세스를 50% 수준으로 간소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3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구매업무 시 일일이 주문할 필요가 없고, 예측 불가능한 물동 변화 시 유연성 있게 물동량을 조절할 수 있다. e허브는 지난해 6월 평택공장의 일부 사업부에 적용한데 이어 지난해 연말 구미공장에 적용했다. 향후 창원공장 등 LG전자 모든 CU 및 해외 공장에도 확산, 적용할 예정으로 현재 중국에 e허브 사전 단계인 물류아웃소싱을 시작했다. LG전자는 올해 240억원, 내년 500억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표]중소업종 협업IT화 현황

·출판:자음과모음·이룸사 등을 중심으로 한 상위 10여개 출판사 공동으로 ERP구축키로 합의

·가구/목재:일부 기업 2월 중 공동으로 솔루션 구축계약 추진

·금형:허브엠닷컴·메타소프트웍스·데이콤 컨소시엄 결성 추진 중. ‘협업적 IT화 사업’ 승인날 경우 20여개 중소 금형업체 참여 예상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산하 중소 제조업:일부업체 ERP도입 후 공동으로 ERP 구축하는 방안 고려 중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