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업체들 MPEG칩 선택 고민

 디지털 셋톱박스 업체들이 최근 고부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핵심부품인 MPEG칩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셋톱박스 메이커들은 최근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향후 방송시장을 겨냥해 가정용 영상저장장치(PVR:Personal Video Recorder)·고차원 양방향 방송서비스(Interactive Broadcasting Service)·VOD(Video On Demand) 등 고부가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고부가 MPEG칩이 반드시 요구되는데 칩 메이커들의 신제품에 문제가 발생하고 개발지원이 늦어져 셋톱박스 업체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MPEG칩은 디지털 셋톱박스의 핵심기능을 관장하는 칩으로 가격 면에서도 평균 15달러 수준이다. 현재 무료방송수신(FTA:Free To Air)형 제품의 수출가격이 70달러대, 수신카드선택(CI:Common Interface)형 제품은 90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제품 원가에서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또 칩 솔루션은 칩 개발업체로부터 지속적인 지원과 펌웨어 업데이트를 받아야 하고 해외 수출시 애프터서비스 문제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일단 어느 회사의 제품으로 탑재하게 되면 다른 회사 솔루션으로 바꾸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특히 빠르게 변화 발전하고 있는 양방향 멀티미디어 방송 시대에 시장을 선점하려면 차세대 제품을 경쟁업체보다 빨리 출시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셋톱박스 업계에서는 기존에 거래해오던 칩 업체의 차세대 버전을 그대로 채택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최근 P사가 차세대 고부가용으로 개발한 칩이 고기능 구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L사는 타업체에 인수되면서 제품 로드맵을 당초와 완전히 다르게 바꿨다. 또 C사는 경영적자로 허덕이고 있으며 T사는 원칩화 작업이 늦어지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 실제로 이들 업체의 칩을 사용중인 국내 셋톱박스 업체들은 차세대 제품 개발이 경쟁업체보다 수개월 이상 늦어져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처럼 칩 솔루션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한 셋톱박스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에 거래하던 칩 메이커들과 기술적인 조율에 나섰으나 칩 솔루션을 바꾸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는 경우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칩 솔루션을 바꾼다는 것은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나 같다”며 “앞으로 셋톱박스 사업의 관건은 어떤 칩을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