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연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3)디지털TV

디지털TV는 전 세계 주요 가전 메이커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유망사업이다. 오는 2005년쯤이면 세계 시장 규모만도 3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시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데다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또한 반도체나 정보통신 분야에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다.

 특히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 3사는 일찌감치 디지털TV를 미래 전략사업으로 선정하고 핵심 연구인력과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은 결과 VSB칩 등 적잖은 핵심 기술을 확보해 놓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상대인 일본·유럽 메이커들보다 한발 앞서 PDP TV를 비롯해 LCD TV·LCD프로젝션TV·DLP프로젝션TV 등 다양한 형태의 첨단 디지털TV를 상품화해 이 분야의 리딩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TV 분야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업 또는 정부 산하 디지털TV 관련 연구소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개발에 힘써온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백우현 사장(54)은 ‘디지털TV의 선구자’로 불리는 디지털TV 연구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한국이 자랑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97년 USA투데이에서 ‘디지털TV의 아버지’로 소개할 정도로 미국에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디지털TV 규격(ATSC) 표준 핵심기술의 일부로 채택된 세계 최초의 디지털TV 동영상 압축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미국 디지털TV 규격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 미 제너럴인스트루먼츠(GI)의 기술담당 부사장과 미 퀄컴의 기술개발 담당 전무를 역임하면서 미국 디지털 위성방송 표준이 된 ‘디지사이퍼’ 시스템과 케이블TV의 폐쇄중계 방식인 ‘비디오사이퍼’ 시스템 등 밀리언셀러 상품을 개발한 경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커뮤니케이션·비디오 스크램블링·디지털비디오 컴프레션 등 현재 디지털TV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10여개의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그가 지난 98년 GI와 퀄컴을 거쳐 LG전자로 자리를 옮김으로써 LG전자는 물론 한국이 디지털TV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8년생인 백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96년에는 미국 TV 예술 과학 아카데미에서 ‘에미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디지털TV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박종석 상무(44)는 LG전자에서 백우현 사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대표주자로 꼽힌다. 지난 81년 LG전자 중앙연구소에 입사해 94년 미국 GA시스템 프로토타입 개발과 97년 디지털TV용 ASIC 개발 총 책임자를 거쳐 디지털TV 전략 및 기획 수립 총괄 PMO(Program Management Office)팀장을 역임한 그는 지금까지 디지털TV 사업의 핵심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97년 국내 디지털 지상파 방송추진협의회 TV방송 분과위원으로 국내 지상파 디지털 방송 표준방식 결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디지털 비디오 영상분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면서부터다. LG전자에 입사한 후에도 줄곧 비디오 영상분야에서 일해온 박 소장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LG전자의 디지털TV 개발을 이끌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 ‘HDTV 지상 및 케이블 방송신호 공동 수신장치’ 등 국내외 약 30여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완전 디지털HDTV 전송방식’ 등 약 2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LG전자에는 이외도 DND연구소에서 디지털TV 사업화를 주도해온 이재천 연구위원을 비롯해 디지털 위성방송 전문가로 통하는 이춘 위원, 디지털 방송 수신부 전문가인 곽국연 위원, 디지털 비디오·오디오 신호처리 전문가인 최승종 책임 등이 차세대 디지털TV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우선 삼성전자 중앙연구소 디지털미디어시스템 랩장을 맡고 있는 송동일 전무(49)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영상산업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연구개발 인력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한양대와 KAIST를 거쳐 7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흑백TV에서 컬러TV,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TV로의 시대적·기술적 전환기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96년 1월부터 97년 12월까지 세계 최초의 HDTV 칩세트 및 HDTV 개발 총괄을 맡아 98년 11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디지털TV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 출시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전무는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99년 삼성전자가 단행한 인사에서 이사에서 전무로 단번에 두 단계나 승진하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 78년 컬러TV 개발에 참여하면서 영상분야와 인연을 맺은 송 전무는 93년 삼성 독자규격의 HDTV 프로토 시스템 및 32인치·36인치 HDTV용 와이드 모니터를 개발해 대전EXPO를 빛냈으며 94년에는 국내 최초로 더블 스크린용 신호처리 IC를 독자기술로 개발해 약 3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97년에 MPEG LA 회원 자격을 취득한 그는 지난해 12월 현재 총 4건의 MPEG 핵심 특허를 MPEG LA에 가입시켜 오는 2014년까지 수십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디지털TV사업팀 하드웨어개발그룹장을 맡고 있는 홍창완 상무보(44)는 지난 8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컬러설계실 연구원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20년 동안 영상사업분야를 이끌어온 실질적인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91년 50인치 프로젝션TV를 시작으로 97년 40인치 LCD프로젝션TV, 98년 55인치 미국형 HD 프로젝션TV, 2000년 42인치 PDP TV, 2001년 50인치와 63인치 HD PDP TV 등 삼성전자가 지난 10년간 개발해 선보인 모든 첨단 TV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96년 그에게 삼성전자 명예박사를 수여한 것도 디지털 영상분야에서 그의 공로를 인정한 결과다. 홍 상무보는 2000년 디지털 홈네크워킹 fLCD HDTV로 멀티미디어 기술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슬림형 프로젝션 디스플레이로 멀티미디어 기술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외도 지난해 원가를 최소화한 디지털TV용 원칩을 개발한 디지털미디어연구소 홈플랫폼그룹장을 맡고 있는 조재문 수석부장을 비롯해 디지털TV사업팀 하드웨어개발그룹 소속의 정태홍 수석연구원와 소프트웨어개발그룹 소속의 주필상 수석연구원 등도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디지털TV 분야의 핵심 연구인력이다.

 대우전자의 디지털TV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장규환 상무(48)는 회사가 어려운 사정임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초로 42인치 디지털 PDP TV와 32인치 디지털 완전평면HDTV를 출시함으로써 대우전자의 디지털TV 기술력을 국내외에서 인정받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77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한전선 TV연구소를 거쳐 83년부터 20년 가까이 대우전자 영상사업부에 몸담고 있는 장 상무는 97년초 임원으로 승격되기 전까지 15년 이상 대우전자의 디지털TV 연구개발을 진두진휘해 왔다. 99년 전략기술 연구소장에서 디지털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듬해 자신이 직접 개발에 참여했던 42인치 PDP TV를 영국으로 3만대 수출하는 계약을 성사시킨 데 이어 2000년에는 32인치 디지털HDTV를 국내 주요 방송국에 4000대 이상 판매하는 성과를 올려 연구분야는 물론 마케팅 분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드러냈다. 장 상무는 최근 그가 심혈을 기울여 상품화한 대화면 프로젝션TV를 국내외 전격 출시, 국내 디지털TV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대우전자 디지털TV 연구소장을 책임지고 있는 남하은 이사(48)는 대우전자가 32인치·36인치 디지털HDTV와 55인치·60인치 디지털프로젝션TV를 출시하는 등 디지털TV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데 핵심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80년 대우전자 해외기술부에 입사한 그는 98년까지 TV연구소에 근무했으며 2000년 1월부터 지금까지 디지털TV 연구소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가 세계 디지털TV 시장에서 선도주자로 나설 수 있게 된데는 가전업계에 몸담고 있는 연구인력 못지않게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같은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하루 24시간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공로 또한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방송시스템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안치득 박사(46)와 동연구원의 방송미디어연구부장인 김진웅 박사(43)를 꼽을 수 있다. 안 박사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82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91년 미국 플로리다대학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MPEG코리아 의장과 SC29코리아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안 박사의 주 관심분야는 신호처리 및 영상통신 분야로 고선명TV 코덱 ASIC/시스템 기술 개발과 3차원 디지털TV 기술개발, SmarTV기술개발 등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등 디지털TV의 핵심 기술확보에 주력해왔다.

 김진웅 박사는 83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석사과정을 마치고 83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93년 미국 텍사스A&M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MPEG 국제표준화회의 대표단장과 한국방송공학회 학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MPEG2 비디오인코딩 칩세트 개발을 비롯해 HDTV비디오인코더 개발·MPEG7표준화 기술개발·멀티채널 오디오 코덱기술개발 등 디지털TV의 핵심이 되는 분야의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