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SW업체 對 아시아전략 중국 중심으로 급속 재편

 외국계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중국 매출이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함에 따라 이들 업체의 대아시아 전략이 중국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전망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라클, CA, BEA, 베리타스, BMC 등 주요 외국계 SW업체들의 중국 지사 매출이 지난해부터 한국을 앞질렀거나 올해를 기점으로 앞지를 것이 예상된다. SAP, i2테크놀로지 등 아직 한국 시장 매출이 훨씬 큰 SW업체들의 경우도 중국 지사가 매년 100%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어 2∼3년 사이 매출 역전 상황이 대부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홍콩, 대만과 함께 그레이트차이나 지역으로 묶여 한국 지사와 매출을 견주어온 중국이 독자적인 외형만으로도 한국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잠재성 측면에서 중국 시장에 관심을 기울여온 외국계 업체들의 아시아 전략이 실제 투자나 마케팅 등 모든 비즈니스 분야에서 중국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이 이 같은 중국시장의 확대는 상대적으로 같은 아시아 지역에 묶여 있으면서 중국진출의 전략적인 거점으로 활용돼온 한국의 위상변화를 수반하는 것으로 한국 지사들의 비즈니스 전략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 2위 SW업체인 오라클의 경우 이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 시장 매출이 한국 매출을 앞지를 전망이다. 한국오라클 윤문석 사장은 “2000년 한국 지사 매출의 60% 수준에 그친 중국 지사 매출이 지난해 80%까지 근접했으며 올해를 기점으로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오라클은 공식적인 매출 발표를 하지 않지만 지난해 한국 매출 추정치가 2100억원임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 매출은 1600억∼1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라클차이나는 중국 주요 지역 5개 지사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과감한 인력 투자 등으로 매년 1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리지관리 SW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베리타스는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 매출이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한국베리타스 김진만 사장은 2000년만 해도 한국 지사가 90억원의 매출을 올려 80억원에 머문 중국 지사를 약간 앞섰으나 지난해에는 중국이 한국을 소폭 앞질렀다는 것. 한국베리타스도 지난해 218억원 매출로 2배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중국 지사의 성장률이 더욱 두드러져 매출 역전이 이뤄졌으며 올해 역시 380억원 목표를 세운 한국과의 매출 격차를 더욱 벌여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3대 SW업체인 CA의 경우는 매출이나 직원, 벤처투자 등 모든 면에서 중국의 외형이 해가 갈수록 두드러지게 커지고 있다. 중국 지사 설립은 한국보다 6년 가량 늦은 95년에 이뤄졌지만 본사 매출의 2%를 중국 지사가 차지하고 있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직원도 350명으로 한국CA의 3배를 넘고 있으며 벤처투자면에서도 합작법인의 수는 중국 5개, 한국 4개로 비슷하지만 금액은 중국이 한국보다 3배 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전략적인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미들웨어SW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인 BEA는 2000년부터 중국 시장 매출이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한국의 1.7∼1.8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는 2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대 SW업체에 꼽히는 SMS 전문업체 BMC 역시 중국 매출이 한국을 앞지른 상태며 아직 한국 지사 매출이 더 큰 SAP는 2005년 이전에 중국 시장이 아시아 지역 두 번째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i2테크놀로지의 경우는 중국 비즈니스가 초기 단계지만 아태지역 차원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오라클 윤문석 사장은 “중국 매출이 커짐에 따라 본사의 아시아 정책이 중국 위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대형 시장으로 뜨고 있는 중국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다면 한국 지사의 역할과 위상을 오히려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강조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