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의 회원수를 현재 400여명에서 올해 말까지 2000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매진할 작정입니다.”
창립 6개월 만에 국내 여성과학기술계를 쥐락펴락하며 여성생명과학포럼을 반석위에 올려놓은 나도선 한국과학재단 기초연구단의 기초생물과학 전문위원(53). ‘한다면 하는’ 그가 오는 29일 서울 한국학술진흥재단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인 제1회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개최 준비에 온힘을 쏟고 있다.
나 위원이 여성과학 인력에 관심을 갖고 본격 나서게 된 것은 과학재단 전문위원으로 위촉받은 지난해 초부터다.
“여성이 노는 것은 엄청난 인력 낭비입니다. 이제는 여성 노동력을 끌어안는 것이 국가적인 명제입니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 박사급 인력의 59%가 여성이지만 실제 활동하는 여성인력은 9%밖에 안되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나 위원은 우물안에 갇혀 있는 여성 인력을 밖으로 끌어내 사회적인 활동능력을 키워주고 리더십 트레이닝을 통해 진정한 리더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포럼을 마련했다는 것.
나 위원은 “최근 과기부가 여성부나 교육인적자원부를 앞서가는 여성정책으로 다른 부처의 모범이 되는 등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호적인 경쟁을 벌이는 일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정부 시책에 따라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여성들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회 시스템을 통해 여성의 리더십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 제대로 된 리더 발굴을 했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는 나 위원은 “아무리 성인이더라도 트레이닝이 되어 있지 않으면 지도교수가 필요한 학생에 불과하다”고 리더십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나 위원은 최근 와이즈(WISE)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 프로그램은 이공계열의 재능있는 여학생들이 리더십을 갖춘 모범적인 여성 과학자와 상호 교류를 통해 자기계발과 예비 과학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자는 데 취지가 있다.
일이면 일, 연구면 연구 뒤떨어지는 것이 없어 ‘일벌레’라는 별명과 함께 ‘전천후 우먼’라는 말이 따라다니는 나 위원은 지난 1년간을 숨가쁘게 달려왔다.
기초의과학 육성을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했고 올해 처음 기초의과학연구센터(MRC)를 가동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여성생명과학포럼은 홈페이지 구축에서부터 법인설립까지 6개월동안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그의 머리속에는 아직도 공개 안된 아이디어가 수없이 많다. 다만 남이 베끼면 의미가 반감되기에 보따리를 서서히 풀어낼 생각이라는 것이 나 위원의 장난끼 섞인 답변이다.
나 위원은 여성인력 양성을 위한 기초작업으로 우선 내달부터 8개월간 ‘기초의과학 인력의 실태 및 경쟁력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의과학분야 여성인력 양성을 위한 전반적인 밑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나 위원은 이달 말 전문위원 임기가 끝나는 대로 서울에 있는 울산의대 생화학교실로 돌아가 연구에도 관심을 쏟을 예정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