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위성방송 지상파 재송신>

 지난해 11월 19일 방송위원회가 방송채널 정책을 발표한 이후 두달여 동안 방송계가 극심한 대립과 혼란에 빠져 있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국회 문광위는 지난 1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방송법 개정을 통해 위성방송의 채널정책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문광위는 이날 위성방송의 지상파 의무 재송신 대상에서 KBS 2TV를 제외한다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또 수신자제한시스템(CAS)을 통해 위성방송 수신 권역의 역내·외 구별이 가능한지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거쳐 24일 다시 회의를 열어 MBC, SBS의 동시 재전송 허용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 결정으로 방송위의 채널정책은 처음부터 다시 손을 볼 수밖에 없게 됐고 김정기 위원장이 채널정책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

 이번 문광위의 방송법 개정 합의로 지역방송사와 케이블TV 업계는 일단 만족해 하고 있다. 김정기 위원장 퇴진, 방송법 개정 합의 등과 함께 KBS 2TV를 의무 재송신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성과까지 덤으로 챙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MBC, SBS의 재송신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이 문제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한바탕 회오리가 예상된다.

 문광위는 CAS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위성방송의 지상파 역내 재송신을 허용하고 역외 재송신은 금지하되, 기술적인 보장이 안될 경우에는 재전송 여부를 방송위원회의 승인 사항으로 규제토록 할 방침이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측에서는 기술적으로 CAS를 통해 재송신 지역을 제한할 수는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역방송사 등은 현실적으로 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원천적으로 재송신을 막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문광위가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24일 문광위가 MBC, SBS의 역내 재송신을 허용할 경우 지역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들은 즉각 총파업과 지상파 방송 재송신 중단이라는 극한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그렇게 될 경우 지방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지역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들은 각 지역의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되더라도 지역방송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며 투쟁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또 SO협의회도 방송법 개정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케이블을 통해 재송신 해온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중단할 방침이다.

 반면 문광위에서 MBC, SBS의 재송신을 방송위의 승인사항으로 조정할 경우 스카이라이프의 반발이 예상된다.

  스카이라이프는 방송법이 MBC, SBS의 역내 재송신을 방송위의 승인조항으로 개정하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뢰보호원칙 및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삭탈의 금지’ 에 위배되기 때문에 법정 투쟁을 해서라도 권리를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현행법이 위성방송의 지상파 동시 재송신을 금지하지 않고 있는데 법을 개정해 금지시키는 것은 이 법을 믿고 사업에 나선 사업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신뢰보호원칙’ 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24일 문광위는 위성방송의 지상파 방송 재송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방송계의 시각이다.

 지역방송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면 이들의 총파업은 막을 수 있겠지만 스카이라이프가 법정 투쟁에 나설 것이며 MBC와 SBS의 재송신 여부가 방송위의 승인사항으로 바뀜에 따라 승인과정에 또다시 논란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계에서는 방송사간 극한 대립으로 치닫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위성방송과 지역방송, 케이블 등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