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구현의 최대 역점과제인 ‘G2B활성화사업’이 지난해 4월 이후 8개월여간의 사전준비를 거쳐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G2B활성화사업은 ‘작지만 강력한’ 전자정부의 요체이자 민간 전자상거래(EC) 확산의 기폭제로 지난 한해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던 이슈. 디지털경제라는 대세에 적극 부응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밑그림인 만큼 이번 기본계획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G2B활성화추진단이 목표로 잡은 오는 9월까지 성공적인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위해 이제는 민관 차원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해야 할 때다.
◇어떻게 추진되나=G2B활성화사업은 근본목적이 정부 조달행정의 투명성·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민간 조달업체들의 거래환경을 전자상거래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대민행정업무 효율화가 국민을 위한 정부(G4C)라면 이번 사업은 민간 시장유발에 대한 기대효과가 커 이른바 ‘기업을 위한 정부(G4B)’로도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SDS 컨소시엄의 기본계획 수립작업이 △국가전자조달 구축전략 △조달업무프로세스 개선 △콘텐츠 및 전자서식 표준화 △G2B 포털구축 △법·제도 정비 등 광범위한 사전연구를 포함하는 것도 이같은 취지에서다.
기본계획은 우선 현행 개선대상 조달관련 업무 565개 가운데 80% 가까운 업무를 손질토록 했다. 이 중에는 152개 업무를 완전히 없애고 300개 업무는 단축시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마디로 현행 조달관련 법·제도와 정부조직의 격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방대한 정부조달 물품 콘텐츠와 전자서식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제 분류체계인 UNSPSC를 조달부문에도 도입하고 물품검색 및 관리가 용이하도록 분류체계도 현재의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도록 했다. 전자카탈로그의 속성표준으로는 이미 상용화된 GDAS를 채택하는 한편 338종의 조달문서 가운데 208종이 8월 이전까지는 전자문서로(EDI)로 개발된다. 무엇보다 이번 계획에서 핵심은 G2B포털시스템 구축. G2B포털은 요청·입찰·계약·납품·지불 등 모든 조달절차를 온라인화하는 것은 물론 국가 재정정보시스템·건설정보시스템(CITIS)·G4C시스템과도 연계된다. 국가 전자조달의 창구 노릇을 담당하는 셈이다. 또한 이번 사업에서는 수많은 공공기관과 조달업체들이 원활히 정보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방식으로 조달시스템이 지원된다.
G2B활성화를 위해서는 현행 법령정비는 필수다. 이번 계획에서는 국가계약법 개정을 통해 조달업체·공공기관의 정보등록·보고시 G2B포털 이용을 의무화하도록 권고했다. 또 전자입찰을 의무화하고 각종 서류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개정방향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국가계약법·지방재정법 등 총 16개 개선과제의 유관 법령을 대폭 손질토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단계적으로는 우선 8월까지 93개 주요 국가기관·지자체·투자기관을 대상으로 1차 시스템을 개통한 뒤 내년초부터는 전 공공부문으로 전면 확산키로 했다. 일단 기본적인 전자조달기능을 구현한 뒤 내년부터는 디자인협업시스템과 원가계산·구매카드 기능을 수용해 기능성을 지속적으로 보강해나갈 계획이다.
◇기대효과는=공공·민간부문의 전자상거래 도입으로 당장 예상할 수 있는 효과는 비용절감이다. 올해 9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상용화할 경우 연간 1조2700억여원, 내년부터 전면 확산되면 연간 약 3조2000억원의 예산절감이 기대된다는 게 추진단의 분석이다. 국가·산업측면에서 엄청난 경제유발 효과인 셈이다. 정성적인 효익은 더욱 크다. 정부차원에서는 조달업무가 효율화·투명화되는 것은 물론 점차 거세지는 시장경쟁논리가 본격 도입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사업을 통해 산업부문과 호환가능한 공통 물품관리체계가 도입, 민간 B2B사업과의 연계효과는 물론 조달업체의 판로확대도 기대된다. 이밖에 조달업체 관련정보가 축적, 통합 관리됨으로써 정부 조달관행에 공정성이 크게 향상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과제는=기본계획은 어디까지나 ‘구상’일 뿐 문제는 집행력이다. 현재 가장 우려스런 대목은 추진단이 오는 8월로 못박은 시한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 여부다. 당장 국가 G2B포털의 운영주체를 어디로 할지, 조달청을 비롯해 각 정부부처의 역할은 무엇인지, 민간사업자의 참여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아직 구체적인 협의는 엄두도 못낸 상태. 무엇보다 참여기관이나 향후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대립할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특히 나름대로 전자조달을 상당부분 진척시킨 조달청과 유관기관의 역할배분 및 협조문제는 쉽지 않은 숙제”라며 “참여기관간 원활한 협의는 이번 사업의 관건”이라고 고백했다. 조달행정 개혁과 전자조달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문제도 근본적인 고민이다. 원래 상치되는 목표는 아니지만 촉박한 시간내 정부조직·업무를 개선하자는 ‘장기’과제와 시스템 구축·가동이라는 비교적 ‘단기’과제를 조화시키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정부부처가 주관하는 추진단과 이번 연구용역 사업자인 삼성SDS 컨소시엄이 막판까지 의견조율에 진통을 겪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