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에버 채희완 이사 chae@autoever.com
여느 전통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산업의 e비즈니스도 그 종국적인 목적은 고객이 원하는 차를 값싸고 신속하게 제공하는데 있다. 이는 결국 글로벌경쟁과 규모의 경제에 직면한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비즈니스는 신차 설계에서 생산단계를 거쳐 고객의 손에 넘어가기까지 최저 비용과 시간에 최고 품질을 갖출 수 있도록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한걸음 나아가 최근에는 신차 판매 이후 자동차 라이프사이클 전체에 걸친 고객만족과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텔레매틱스 등 신개념의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e비즈니스의 한 조류다.
이같은 추세에 공감한다면 자동차 산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e비즈니스 추진모델은 세부 분야별로 보다 면밀한 접근을 요구한다.
우선 B2B는 부품 공급업체와의 협력관계를 고도화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생산정보를 신속하게 상호 공유하는 원칙으로 추진돼야 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최근 공급망관리(SCM) 개념을 본격 도입하면서 관련 정보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단계에 이르렀으며, 곧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1, 2, 3차 협력사들도 정확한 생산정보를 교환, 막대한 재고부담 및 비용요인을 줄여 그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다.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가 개설한 자동차 e마켓 바츠닷컴(http://www.vaatz.com)도 결국 목적은 광범위한 협력사들과의 거래를 온라인화함으로써 공동이익을 꾀하자는 것이다. 현재 시범운영중인 바츠닷컴은 하반기 상용화를 추진한 뒤, 내년부터는 코비슨트 등 해외 유수의 자동차 관련 e마켓과 연동할 계획이다.
B2B 기반조성 작업 가운데 산업 내 전용 네트워크인 KNX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가상사설망(VPN) 기반의 협력사간 통신인프라인 KNX는 현재 1차 부품협력사 600여개 업체가 가입했으며, 향후 이용기업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KNX는 일단 국내를 시작으로 생산·조달정보와 부품 설계도면 등 핵심정보의 공유망으로 활용되면서 장기적으로는 ANX·JNX·ENX 등 해외 전용망과 연계, 글로벌 생산협업체제를 지원하는데 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B2C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지금까지 신차든 중고차든 일반 고객대상의 온라인 소매는 기존 유통상의 반발 등 현실적인 장벽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자동차산업의 B2C는 앞으로 확고한 오프라인 기반역량과 온라인의 특성이 가미되면서 퓨전 비즈니스의 형태로 발전할 것이며, 올해를 기점으로 온라인 차판매는 확산의 계기를 맞을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핫이슈가 될 테마는 텔레매틱스다. 국내를 비롯해 GM의 온스타 등 해외 상용서비스도 아직은 서비스 수요나 수익성 측면에서 부정적이지만, 텔레매틱스는 단품판매 중심의 자동차 시장을 서비스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도 올해 핵심사업으로 추진중이며 하반기께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시할 수 없는 분야가 B2E(Business To Enterprise)다. B2E는 대기업의 내부 역량 확충에 초점을 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뜻한다. 지금은 전통산업에 속한 특정기업의 경쟁력을 정보시스템의 선진화 수준 및 활용도로 측정하는 때가 됐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개발기간 단축과 품질향상, 원가절감 등을 위해 IT를 활용한 업무개선은 필수과제다. 현대기아차가 외부에 의존하던 IT 아웃소싱 업무를 계열사인 오토에버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도 결국 B2E의 효과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계열사인 오토에버를 통해 고객관계관리(CRM)·제품정보관리(PDM)·전사적자원관리(ERP)·그룹웨어·SCM 등 정보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한편, 철강·금융·물류 등 유관업종에 포진한 계열사들간 정보연계에도 중점을 둘 계획이다. 최근에 와서야 IT 아웃소싱 업체로 면모를 갖춘 오토에버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B2E 서비스 기업으로 역량을 다지고 있다.
현재 세계 자동차 업계는 전반적인 공급과잉 속에 치열한 생존경쟁을 감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산업의 전체 가치사슬을 관통하는 e비즈니스 전략도 B2C·B2B·B2E·텔레매틱스 등으로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신차 구입에서 폐차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고객만족을 가져다주고, 또한 국가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업계의 e비즈니스를 다시 한번 강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