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株 `미끄럼질` 언제까지

올들어 통신서비스주가 맥을 못추고 있다.

 22일 주식시장에선 반도체를 위시한 대형 IT주의 상승으로 증시가 오름세로 마감됐음에도 불구하고 통신서비스주는 전반적으로 최근의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선 통신서비스 쌍두마차인 SK텔레콤과 KT가 전날보다 각각 2500원(1.01%), 200원(0.42%) 하락한 24만5500원과 4만7700원으로 마감됐다. 코스닥시장의 대표주인 KTF도 1.45%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날 현재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올해 고점(25조0519억원)대비 3조원 가량 줄어든 21조8869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KTF도 올들어서만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을 까먹었다. KT는 올들어 지속된 주가하락으로 국민은행에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양종인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통신서비스주가 연초 반도체주 중심의 상승에서 소외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정장에서 주가가 함께 밀리면서 모멘텀이 실종됐다”며 “당분간 반등을 모색하기 힘어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서비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통신서비스주의 약세는 물량부담, LM 인하, 전세계 통신서비스주 약세 등 크게 세가지 요인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잠재적 물량부담은 두고두고 통신서비스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과 KT가 해외지분매각에 실패한 여파가 지금까지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일본의 NTT도코모와 추진했던 전략적 제휴 실패로 올해 해외매각 예정이던 SK그룹의 물량(14.5%)이 그대로 국내에 유입됐다. SK그룹은 교환사채(EB) 발행 등 해외매각물량 처분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중이지만 수급불안 요인은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KT도 지난해 해외 IT업체와의 전략적 제휴가 무산된 후 곧바로 EB 및 신주인수권부채(BW) 발행으로 11.8%의 지분을 해외시장에서 처분했지만 올 상반기 민영화 추진을 목표로 나머지 정부지분 28.37%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KT그룹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법인인 KT아이컴과의 합병을 서두르고 있는 KTF도 양사의 합병에 따른 물량증가로 주당가치희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둘째, 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로 거는 접속통화료인 LM요금 인하방침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계획대로 올 상반기중으로 LM요금이 인하되면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무선사업자와 KT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게 뻔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M은 시장규모가 2조원에 이를 정도로 통신서비스업체의 중요한 수익원이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연구원은 “LM 인하 규모와 배분방식에 따라 관련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는 세계 통신서비스주의 약세다. 지난해 상반기 “유럽의 통신서비스업체들이 무리한 IMT2000 투자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불안감이 나오면서 촉발된 전세계 통신서비스주의 약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S&P텔레콤서비스지수는 지난 2일(현지시각) 171.43으로 시작했지만 18일 현재 159.35까지 밀린 상태다. 반영원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세계 통신서비스업체들이 막대한 IMT2000 관련 투자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세계 통신서비스주 약세속에서 한국의 통신서비스주만 ‘나홀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SK텔레콤과 KT가 지난해 하반기 외국인의 통신서비스주 매집으로 사실상 외국인한도(49%)를 거의 다 채움에 따라 연초 외국인 주도의 상승장에서 소외된 것도 통신서비스주 약세의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통신서비스주의 약세는 최근 정보기술(IT)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모처럼 IT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주 등 경기민감주만의 상승으로는 IT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춘곤 대우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IT 경기회복으로 올해 IT주의 약진이 기대되지만 올 초처럼 반도체주 위주의 상승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다른 IT업종, 특히 대형주인 통신서비스주가 모멘텀을 찾아야만 본격적인 IT주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