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는 책과 음반, 컴퓨터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최근 금융과 의료·보건·여행 등 서비스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주로 PC를 매개로 이뤄지던 전자상거래(e커머스)가 양방향 TV(T커머스)와 휴대폰(m커머스)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 3개 유통 채널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hybrid) 전자상거래(h커머스)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가트너(http://www.gartner.com)와 공동 기획하는 ‘EC커런트’ 이번 주 주제는 통합 전자상거래(h커머스)다. 최근 전자상거래를 이끄는 3개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PC와 이통단말기, 양방향TV의 특징과 이들을 통합 관리하는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해 미국 소매 매출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한 비중은 1%선을 돌파한 여세를 몰아 오는 2005년에는 그 비율이 5%(1686억달러)까지 수직 상승할 전망이다. 또 유럽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사용자수와 금액 모든 면에서 PC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전자상거래는 PC를 통해 이뤄졌다. △그 밖의 플랫폼 사용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통 단말기와 대화식TV는 2000년 미국 전자상거래 규모의 0.1%를 점했을 뿐이다(그림 1, 2). △미국 소비자들은 이제 막 웹에서 다른 플랫폼을 이용한 구매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PC를 대체하는 양방향TV 등의 플랫폼들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그림 3). 가트너는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에서 대체 플랫폼의 사용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기술은 물론 정보기술(IT) 인프라 차원에서도 비 PC 기술을 도입하는데 유럽에 뒤처졌지만 앞으로 이러한 현실은 변화할 것이다. 대체 플랫폼 사용 증가는 세 가지 주요 요인으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 이 중 두 가지는 서로 얽혀 있다. 세 가지 요인은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다른 두 가지 요인을 더 강화시켜 준다.
△미국 가정에서 PC를 통한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됐다. 이러한 높은 PC 보급률은 사무실에서 PC와 친숙해진데서 비롯되었다. △가정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미국인들이 대부분 정액제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대화식 TV와 휴대폰 등 이통 단말기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많은 불편이 따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의 4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미국에서 대화식 TV시스템을 갖추려면 용량을 늘리고 양방향 통신을 가능케하기 위해 서비스 제공업체가 케이블과 라우팅 장비 등 시설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대화식 서비스를 위해서는 디지털 셋톱 박스가 필요하므로 서비스 제공업체의 새로운 투자를 유발하고 이러한 투자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셋째, 미국 셀룰러 및 디지털 전화 서비스의 전국적 표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이통 단말기 보급에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음성 통화에 있어서 이 문제는 비교적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휴대폰 등 이통 단말기를 통한 인터넷 액세스와 전자상거래를 위해서는 표준이 필수적이다.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전자상거래를 위한 모바일 액세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업체들은 복수의 서비스 제공업체와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이통 단말기의 경우 빠른 응답 시간을 위해 필요한 처리 속도가 매우 큰 문제이다. 네트워크 제공업체가 100Kbps 이상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갖는 3세대 네트워크를 갖추기 전까지는 서비스 제공업체와 애플리케이션 디자이너들은 대역폭의 한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키보드 입력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성장은 다음의 네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이들 중에 인프라상의 문제점들은 최소한 도심 지역에서 만큼은 향후 2∼3년 안에 대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런 뒤에는 세가지 플랫폼 모두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중심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정보 처리량:정보 처리량은 대역폭과 데이터 용량이 결합된 형태다. 이통 단말기는 대개 대화식TV나 PC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들이 대화식 TV나 PC에서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면 소비자들은 모바일 인터넷 액세스에서 실망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반면 대화식 TV는 입체적인 사운드와 완벽한 동영상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매체를 이용한다. 데이터 다운로드와 업로드 차원에서 보면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간편한 사용법:모든 소비자들이 보통 어린 시절부터 사용해온 단순한 입력 장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TV의 리모컨이나 전화 사용에 대해 가르쳐주는 멍청한 서적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두 가지 기술은 돌발적인 고장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반면 PC는 아직도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있어 변덕스럽고 사용하기 어려운 장비로 남아있다. PC는 개발된 지 20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분명한 이유도 없이 충돌을 일으키기 일쑤다.
△유연성:PC의 키보드와 마우스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훨씬 강력한 입력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고 빠르게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예:주문서 작성). 또 신속하게 문자를 입력할 수 있고 즐겨찾기나 책갈피를 통해 원하는 사이트와 벤더를 쉽게 조회할 수 있다.
유연성은 또 단말기가 액세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범위에 의해서도 분류할 수 있다. 대화식TV의 경우 이 점은 커다란 한계에 속한다. 시스템 운영자는 계획에 따라 거래 선택을 제안하고 소비자는 대개 우선 어떤 정보를 볼 것인지 결정하기보다는 제시된 것에 대해서만 대응할 수 있을 뿐이다.
△액세스 가능성:이 점에서는 모바일 이상의 것은 없다. 그 개념상 크기와 무게가 작고 휴대성이 좋아, 언제 어디서든 액세스가 가능하다. 대화식TV는 가정에 PC보다는 TV대수가 많다는 단순한 이점으로 인해 PC보다 액세스 가능성이 높다.
이를 요약해 보면 모든 분야에서 다른 플랫폼에 비해 우수한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플랫폼은 고유의 장단점을 갖고 있어 특정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장치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표참조
이런 다양한 기준이 서로 다른 판매 기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이해하면 소매업체와 시스템 운영업체들이 장기적인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예상
△2005년까지 미국 전자 상거래 구매자 중 42%는 정기적으로 여러 종류의 플랫폼들(PC, 이통 단말기 및 대화식 TV)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역시 PC가 될 것이다. 하지만 PC 사용자 중 3분의 1 이상은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이통 단말기도 함께 사용할 것이다. 아울러 2005년까지 대화식TV의 보급은 미국 성인들 중 소수에 국한되며(16.5%)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1, 2가지를 사용할 것이다.
△PC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대화식TV 및 이통 단말기들은 위치 또는 상황에 맞춘 구매에 주로 사용될 것이다. 보급률, 처리능력 및 유연성으로 인해 PC는 2005년까지 대다수의 미국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단으로 남을 것이다.
가트너는 2005년의 전체 소매 전자 상거래 지출에서 약 90%가 PC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구매자들이 당일에 쇼핑과 구매를 처리하는 것과 같이 미리 사전에 구매를 결정한 능동적 구매에 컴퓨터를 계속 사용할 것이다. 다른 플랫폼들은 주로 특별한 상황과 시간대에 따른 전자상거래에만 사용된다.
△이통 단말기는 주로 구매를 위한 액세스(기차표·영화표 구입 등)와 시기적으로 민감하거나 광고에 의한 구매, 또는 위치에 다른 구매에 사용될 것이다. 이통 단말기는 전자상거래를 포함해 가정이나 사무실 밖의 예기치 않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대화식 TV는 오는 2005년까지 정보제공을 겸한 광고(informercial)와 쇼핑 채널 등의 직판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그러나 당분간 인터넷과 TV의 상호 작용은 주로 PC 화면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TV를 보면서 PC사용 등). 따라서 상대적으로 TV를 통한 전자상거래 규모가 작다고 해서 이 플랫폼을 무시할 수는 없다. 새로운 광고 기법이 발전하면서 마케팅 플랜에 대화식 TV를 접목시킬 필요가 급증할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특정 플랫폼 또는 상황에만 적합하다면 어떤 플랫폼이든 개별 플랫폼으로 또는 전체 플랫폼을 조합하여 기꺼이 사용할 것이다. 각 전자상거래 플랫폼마다 장단점과 적합한 사용처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전자상거래 사용자들은 대개 여러 장치를 갖추고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장치를 선택해 사용할 것이다.
대응방안
△능동적인 쇼핑에는 역시 PC가 편리하다. 또 휴대폰과 PDA는 위치에 기반을 둔 이동 전자상거래용으로, 대화식TV는 충동 구매에 적당하다. 기업들은 이 모든 채널에 걸쳐 모든 사업을 다 하려고 해선 안된다. 일반 소비자들과 같은 심정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통합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앞서 시내 쇼핑몰이나 동네 슈퍼마켓을 한번 방문해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각 채널들을 넘나들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쇼핑을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PC에서 쇼핑 목록을 작성한 뒤 휴대폰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 의외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국적 벤더와 소매업체의 경우 유럽에서의 이통 단말기 및 대화식TV 경험을 배워, 미국의 전자상거래 환경에 맞도록 수정,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유럽은 미국에 비해 이통 단말기 및 대화식TV 사용에 개방적이며 PC 중심의 전자상거래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그러나 이를 미국 시장에 수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유럽 시장에서 성공한 사업이 다른 시장에서도 무조건 성공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리=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