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개인정보 침해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실제로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산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침해신고 건수를 보면 지난해 개인정보 침해사례는 전년도에 비해 7.2배 늘어난 1만4341건에 달해 정보화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을 막는 주범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또 비공식 통계이긴 하지만 인터넷 인구비율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침해 유형별로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훼손·침해·도용한 경우가 4800여건(34%)으로 전체 접수건수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침해된 정보로는 개인의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등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유출되는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사고가 급증하는 것은 1차적으로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이 회원 가입시 본인확인이나 성인인증 등을 위해 요구하는 개인정보가 ‘주민등록 생성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불법 유출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또 인터넷 게임 아이템이나 사이버머니 또는 포인트 등을 유용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개인의 부주의로 상대방에게 비밀번호를 누설해 발생하는 경우도 주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법과 제도의 미비 또는 미숙한 운용, 정부차원의 관심과 밀도있는 계몽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7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을 개정,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규정을 대폭 강화한 데 이어 12월에는 사업자와 이용자간의 개인정보 침해 분쟁을 신속·간편·공정하게 조정하기 위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또 최근에는 개인정보보호 의무 부과대상을 종전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이외에 여행사·호텔·항공사 등 오프라인 사업자로 확대한 개정된 개인정보보호지침을 고시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이용할 수 없도록 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대다수 사업자나 이용자들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인지하고 있다 해도 범죄의식을 갖지 않아 침해사례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박준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은 “법과 제도는 마련됐지만 인터넷사업자들의 강압적인 개인정보요구와 이용자의 부주의에 편승해 피해사례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데 심각성이 있다”며 “급속한 정보화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