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의 모체이던 한국디지탈라인이 결국 코스닥시장에서 퇴출이 결정됐다.
코스닥위원회는 23일 부도·영업정지와 관련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한국디지탈라인에 대한 3번째 퇴출심사를 벌인 결과 등록취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코스닥시장 내 부실기업 퇴출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의동 코스닥위원장은 등록취소 결정에 대해 “한국디지탈라인은 지난 12월 31일까지 개인 채권자의 출자전환을 완료한다는 자구계획을 기한 내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출자전환 시점과 관련해 “현물출자라 하더라도 주주로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납입과 등기가 끝나는 시점”이라며 “따라서 출자전환 시점을 개인출자를 이사회에서 결의한 지난 12월 17일이 아니라 법원이 승인한 이달 6일로 결정, 기한을 초과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위원회는 지난해 10월 24일 한국디지탈라인에 대해 5개 자구안을 확약받았으나 850억원 규모의 개인채권자 출자전환에 대한 연내 실시 약속을 지키지 못해 퇴출당하게 됐다.
정 위원장은 또 “한국디지탈라인은 이밖에도 지난해 사업연도의 경영실적이 미미하고 앞으로 핵심사업의 성장 기반 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시장 내 존속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디지탈라인은 이의신청제기 만료일인 24일부터 30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31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정리매매를 거친 뒤 26일 등록이 취소된다. 다만 매매거래정지 기간에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절차가 끝날 때까지 매매거래정지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한국디지탈라인의 이번 퇴출 결정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코스닥시장에서 퇴출의 물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디지탈라인은 지난 2000년 10월 21일 최종 부도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2차례에 걸친 퇴출심사에서 번번이 추가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퇴출이 유보됐다. ‘조건부 등록유지’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1월 4일 340원에 불과하던 주가가 회생기대감으로 지난해 11월 12일 2660원까지 상승, 주가상승률 상위 기업으로까지 올랐다.
결국 연이은 퇴출 요건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위원회의 미온적인 태도로 퇴출돼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시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앞으로 등록취소 사유 발생시에는 사유 발생 시점과 취소 사유에 근거해 등록취소 여부를 판단토록 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투자자들의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혀 이번 퇴출 결정이 앞으로 부실기업들의 잇단 퇴출의 단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말 코스닥위원회가 제정한 코스닥 퇴출 강화 규정에 해당되는 40여개 기업의 경우 기간에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상반기 내 퇴출을 강요받는 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