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인 S사는 매달 산더미같은 세금계산서를 처리하느라 홍역을 치른다. 본사 재무팀소속 정규직원 외에도 30명에 달하는 회계사무원들이 배치되지만, 매달 말일이 되면 북새통을 이룬다. 그나마 납품하는 협력 제조업체들을 한달에 세주기로 나눠 초순·중순·하순에 걸쳐 결제처리를 하지만 쏟아지는 계산서 더미에 나머지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비단 S사뿐만이 아니다. 유통업종, 특히 많게는 수천개의 협력업체를 거느린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금까지 세금계산서 업무에 온통 진을 뺐다. 협력사당 한달에 열번 주문해도 처리해야 할 세금계산서만도 수만장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진통도 올 1분기 안에는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을 시작으로 오는 3월까지는 신세계이마트와 한화유통·삼성테스코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거의 전부가 전자세금계산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세청 고시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상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전자세금계산서가 온·오프라인 기업간 거래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구매기업이 얻는 업무의 신속성과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공급사에 종이 세금계산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발급하던 예전 관행을 온라인으로 신속하게 보낼 수 있는 덕분이다.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 전문업체인 프라임시큐어가 예측한 세금계산처 처리에 소요되는 인건비만도 거래 한건당 3750원. 한 사람이 매월 100건을 처리한다면 월 평균 인건비는 37만5000원, 일년이면 45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다.
향후 국세청의 국세신고시스템과 연계될 경우 기업간 거래의 투명성·신속성은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지금처럼 공급사가 온라인으로 전송받은 전자세금계산서를 출력해 신고하지 않고도 구매기업-판매기업-국세청간 매출·매입 정보가 바로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전자세금계산서는 여타 정보기술(IT)시스템에 비해 도입비용이나 운영부담은 적지만 그 효과는 탁월하다”면서 “앞으로 오프라인상의 기업간 거래에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