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IMT2000 실종](4) 투자자만 울게됐다.

 “최근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벤처게이트는 현재 진행되는 IMT2000의 폭발력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대명천하에 어떻게 조단위의 투자자금을 유야무야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희대의 ×××이다.”

 IMT2000법인에 약 30억원을 투자했다는 벤처기업인 A씨의 다분히 감정어린 표현이다. A씨의 푸념처럼 2G-3G 조기합병은 IMT2000 구성주주에 결코 좋은 일이 될 수 없다.

 현행법상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의 합병비율 및 가격산정은 비상장법인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투자자들의 기본인식이다.

 상장법인은 공개시장에서 가격이 산정될 수 있으나 비상장법인은 대체로 자산가치와 미래가치를 조합해 가격산정을 실시한다.

 이 경우 IMT2000법인은 투자자금을 그대로 보유함으로써 자산가치를 액면가 형태로 인정받을 수 있으나 미래가치는 투자리스크가 반영돼 마이너스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예외규정에 따라 자산가치만으로 가격산정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 IMT2000 합병가격은 액면가에 그친다. 2G-3G 합병이 이뤄진다면 3G법인 투자자들은 액면가 이상의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서 2G-3G 조기합병 문제는 투자자금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또다른 벤처기업인 B씨는 “어차피 주식투자는 손해볼 수도 있고 이익을 볼 수도 있다. IMT2000 구성주주로 참여한 이유에는 투기성 투자목적도 있지만 진정한 투자목적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00년 8월 이후 KT, SK텔레콤 등이 3G법인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 당시 벤처기업들은 엄청난 기대를 갖고 있었다. 2000년 하반기 벤처 옥석가리기가 핫이슈인 상황에서 KT·SK텔레콤·LG전자가 주도하는 IMT2000에 구성주주로 낙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벤처기업들에 있어 제도권 진입을 위한 ‘인증서’였다. 더욱이 꿈의 이동통신 전개과정에서 다가올 신사업 기회는 더할나위없는 이유였다.

 벤처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돈을 움켜쥐는 것이 최대의 경영전략이었던 2001년초, 많은 벤처기업이 IMT2000 주식대금 납입과정에서 머뭇거림없이 IMT2000에 참여했던 진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약을 위한 또다른 투자용처도 있었지만 새로운 사업기회를 확보한다는데 IMT2000 투자를 미룰 수 없었습니다. 진정한 벤처인이라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IMT2000 투자가 머뭇거릴 사항이었겠습니까”라고 B씨는 반문하고 있다.

 2G-3G 조기합병 및 투자기피는 이제 IMT2000 투자자들에게 단순한 투자손실에 그치는 것이 아닌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상용화도 요원하고 조기합병될 운명의 3G법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2001년초 IMT2000이 시중에서 IT벤처로부터 1조원 이상을 흡수하면서 경기위축을 부채질한 데 이어 이제는 잠재적 부실로 벤처를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IMT2000은 또 IT산업 전체를 압박하기까지 하고 있다. 2000년 하반기 이후 IMT2000이 연관 장비산업 및 무선콘텐츠산업 등 IT산업 전반에 막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사업자 허가가 이뤄지자 국내 IT기업들은 한길을 걸어가게 된다. IMT2000 장비개발 및 연관서비스를 위한 막대한 R&D투자가 그것이다.

 모 장비업체 C 대표는 “비동기식 IMT2000 기지국장비 개발에 나서고 있는 업체만도 20여개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투자자를 포함한 많은 IT기업들이 2002년 상용화를 예상하고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했거나 하고 있는데 정작 IMT2000법인은 상용화는커녕 조기합병이나 투자기피에만 골몰해 있다.

 기업에 R&D투자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항이다. 만약 3∼5년 후에나 이뤄질 일을 1년 앞에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R&D투자의 대부분을 집행했다면 이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때문에 기업은 단기와 중장기, 애플리케이션과 원천기술 등 나름대로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연구개발 투자계획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움직임대로라면 국내 IT기업들은 2003년말이나 2004년중 가시화할 중장기적 연구개발과제를 1년 앞의 현안으로 오판하는 엄청난 경영실수를 저질렀다. 그것도 이 모든 실수를 스스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IMT2000 장비개발에 매진해온 모 회사의 CEO는 “월드컵에 맞춰 IMT2000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시스템 운용경험을 쌓은 후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IMT2000 대주주들이 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국산 통신서비스 및 장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