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P3플레이어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현재와 같은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들어 10여개의 MP3전문 솔루션업체들이 MP3플레이어 솔루션을 중국·대만·홍콩 등지의 오디오업체에 판매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다 국내업체들이 개발한 최신 MP3 디코더(decoder) 칩까지 중국 수출이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으로 M사 등 10여개의 업체가 전체 솔루션 수출의 80∼90% 이상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국·홍콩·대만의 오디오업체들에 대량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선 T사의 경우 지난해에는 홍콩지역으로만 400만달러 어치의 솔루션을 수출했다.
솔루션 및 디코더 칩이 중국 등지에 대량 공급되면 현재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는 국산제품을 중국업체들이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부 솔루션은 겉모양만 바꾸면 될 정도로 완제품에 가깝게 제공되기 때문에 수개월내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11일 미국서 폐막된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중국·대만·홍콩의 중소오디오업체 다수가 우리나라에서 도입한 첨단솔루션을 바탕으로 국산제품에 버금가는 휴대형 MP3플레이어와 MP3 CD플레이어를 대거 선보인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이 중국업체들과 겨뤄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적 차별화와 생산성 향상 등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배경=MP3플레이어 솔루션은 MP3 등 압축된 디지털오디오파일을 재생하는 디코더 칩에 마이컴과 펌웨어 소프트웨어를 덧붙인 것으로 MP3플레이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키트다. 따라서 이 솔루션만 있으면 MP3플레이어 개발경험이 부족한 업체라도 수개월내 완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MP3플레이어세트업체 중에도 자체 기술개발능력 부족으로 차세대 제품을 솔루션업체에 의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국내의 솔루션을 공급받은 중국업체들이 가격경쟁력에 더해 기술수준까지 대등해진다면 살아남을 국내업체가 몇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MP3플레이어의 솔루션 해외 수출이 늘어난 것은 휴대형 MP3플레이어 사업에 뛰어들었던 업체 중 많은 수가 기구 설계에 대한 경험과 자체 생산능력 및 브랜드력이 취약함에 따라 완제품 생산보다는 솔루션 판매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과 때를 같이 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휴대형 CD플레이어에 MP3파일 재생기능이 덧붙여진 MP3 CD플레이어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자 휴대형 CD플레이어 대량생산경험이 풍부한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MP3 CD플레이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중국 등지의 솔루션 수요가 대폭 늘었다.
D사 관계자는 “한국업체는 휴대형 CD플레이어를 한달에 기껏해야 1만대 정도 만들지만 홍콩이나 중국의 경우 한 업체가 한달에 최대 100만대도 찍어낼 수 있어 부품의 대량주문이 가능하다”면서 “구매물량이 10배나 차이나는 상황에서 칩이나 솔루션 개발업체로서는 중국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망 및 대응책=앞으로도 MP3플레이어 솔루션 판매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업체들에 이어 일본의 소니·파나소닉·아이와 등 유수의 글로벌업체까지 이 시장에 관심을 보이며 국내 솔루션업체들에 손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결국 홀로서기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중국업체들에 비해 제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솔루션 유출이 계속된다면 언제 이들에게 추월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세트업체들과 솔루션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신의 솔루션은 해외시장이 아니라 국내시장에 먼저 보급될 수 있도록 업체간 합의를 도출하려는 시도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세트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려면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핵심 솔루션에 대한 자체개발능력을 확보하는 한편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관시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