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하면서 꼬박꼬박 들르는 학생들이 있어요. 심지어 아침, 저녁으로 빠지지 않고 오는 학생들도 있구요.”
몇 년 새 광주지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형 뽑기가 유행처럼 빠르게 번지고 있다.
얼마전 조선대 후문 근처에서 개점한 모 인형 뽑기 체인점은 문을 연지 한 달만에 회원수 1000명을 넘었다.
광주, 전남지역 일대에 30여개 정도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업체는 근래에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업체 말고도 대학주변 거리에 설치된 기계들도 밤낮을 불문하고 오고가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버튼이나 스틱을 조작, 소형 전동팔을 움직여 밀폐된 공간에 쌓여있는 각종 상품을 건져내도록 설계된 뽑기 기계는 한때 오락실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 신세였다.
하지만 상품을 인형, 캐릭터 상품, 액세서리 등으로 다양화하고 기계를 눈에 쉽게 띄도록 꾸며 거리에 설치하자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몇 푼의 동전으로 예쁜 인형을 뽑으려는 경쟁이 만만치 않으며 자기 맘에 드는 인형을 얻기 위해 그 자리에서 가진 돈을 모두 써버리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인형 뽑기 열풍을 대하는 젊은이들의 태도는 제각각이다.
연인에게 선물할 목적이거나 인형 모으기가 취미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적은 돈을 투자해 값이 몇 배 더 나가는 인형을 뽑았을 때 느끼는 쾌감, 인형을 집었을 때의 스릴, 성취감, 기대감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대 김선주(법학1)씨는 “가끔씩 재미로 한다. 자제력만 있다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계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거나 한 번 시작하면 반드시 뽑을 때까지 돈을 쓰는 경우, 문제는 다르다.
조선대 김동화(기계공1)씨는 “처음엔 자제력을 잃고 매일 지갑에 있는 돈을 모두 써버렸다”며 “ 정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면 이는 단순한 동기나 일회적인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선대 조달석 교수(교육심리학)는 “인형 뽑기가 대학 사회에 사행심이나 한탕주의를 조장하기도 하지만 인형을 통해서라도 순수한 동심을 찾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잠시 여유를 찾아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며 “돈을 잃은 데 실망해 막무가내로 빠져들지 말고 지성인답게 균형잡힌 생각과 여유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명예기자=이광빈·전남대 nar@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