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유닉스전자 이충구 회장

 국내 소형가전 산업이 또 다시 위기에 처해 있다. 20세기말 IMF라는 시련속에서 살아남은 소형가전업체들이 21세기 초부터 중국·동남아의 저가공세와 브랜드를 앞세운 다국적기업들의 마케팅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형가전업체들은 연초부터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 찾기에 골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격경쟁력 확보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제 ‘변신과 변화’는 국내 소형가전업체들에게 있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 셈이다.

 지난 24년간 한 우물을 파면서 국내 소형가전의 자존심을 지켜온 유닉스전자가 이제부터 써내려하는 제2의 성장신화가 주목을 받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4반세기 동안 헤어드라이어를 포함한 이·미용 관련 제품으로 국내 소형가전산업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던 이충구 유닉스전자 회장(62세)은 지금 또다른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에게 성공한 중소기업인이라는 자리를 안겨준 한 우물 파기에 머물지 않고 포트폴리오 전략을 통한 사업다각화를 적극 모색하면서 제2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한 시간 30분 동안 참 많은 말을 했다. 어떤 때는 기자가 묻기도 전에 다른 화제로 건너가 말문을 열기도 했다. 그의 열변은 그레나다 영사 등 화려한 사회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이겠지만 기자에게는 국내 소형가전사업과 함께 한 한 기업인의 열정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이 회장이 소형가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79년 당시 일본의 최대 히트상품 중 하나인 ‘헤어컬’을 통해서다. 78년까지 로켓트전지 기획실에서 근무했던 이 회장은 업무과정에서 알게된 일본인 친구의 소개로 이미용기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사업초기의 결과는 기대이하. 당시에는 국내 부품산업을 비롯해 금형기술이 낙후돼 있어 제품 전량을 수입해야 했을 뿐 아니라 헤어컬에 대한 수요예측 또한 결과적으로 빗나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영난을 겪던 유닉스전자는 84년 6월 당시 내셔널의 협력업체인 일본 사토(SATO)와 합작을 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닉스전자는 이후 일본 샤프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다. 헤어드라이어의 핵심부품인 히터와 모터가 제품선정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에서도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닉스전자의 이온 헤어드라이어는 지난 2000년도 한햇동안 120만대라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히트상품에 오르기도 했다. 화산재로부터 27차례 특수공정을 거친 이온파우더를 헤어드라이어에 적용시킨 이 제품은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고 정전기를 감소시켜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됐다.

 유닉스전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소형가전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속적인 제품개발·기술향상 노력과 함께 ‘신뢰’를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활용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은 ‘사람에 대한 믿음’을 유독 강조한다.

 “기업의 최고책임자(CEO)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교체되거나 바뀔 수 있으나 회사 성장의 제1 동력은 무엇보다도 회사의 구성원인 사람입니다.”

  실제로 이 회장은 매년 유능한 직원 1명을 선발해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외부영입보다 내부인재 육성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닉스전자에는 10년이상 장기근속하는 직원 수가 30∼40명에 달하는 등 여타 중소기업에 비해 생사고락을 같이 한 직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게다가 중간에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한 직원들이 유닉스로 유턴해 재입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 회장의 이같은 경영관은 회사에 종사하는 직원뿐 아니라 소비자·거래처에 대한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아무리 기술이 우수하더라도 신뢰를 잃은 경영은 장기적으로 승산이 없다”며 “특히 신뢰감을 주는 것은 중소기업이 성공하는 데 핵심과제”이라고 이 회장은 덧붙였다.

 유닉스는 현재 국내 200여개의 도매거래처를 비롯해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4개 양판점, 월마트·이마트·까르푸와 같은 할인점 4곳과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유닉스전자는 현재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철저한 수익성 분석작업을 마무리하고 현재 중국 현지에서 독자생산을 위한 사후대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들어설 공장에서 마사저 등 이미용기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판매제품의 약 30%가량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공급받아왔지만 앞으로는 독자적으로 생산·판매하는 구조로 바꿔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중국 현지공장 운영에 관련된 법령 및 세제에 대한 철저한 연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상품은 국내에서, 저부가가치 제품은 중국현지생산·수출이라는 이원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경쟁체제에 대처한다는 복안이다.

 차별화된 품질과 기술 등 비가격경쟁력의 제고를 통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는 한편 인기댄스그룹 베이비북스를 앞세워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유닉스는 또한 국내 유수의 종합상사 및 해외 소형가전 전문회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위기탈출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는 “수출물량 확대의 일환으로 지난 16일 국내 최대 종합상사인 S물산과 수출확대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며 “오는 4월부터는 수출선이 닿지 않는 해외에서도 유닉스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소득증대와 건강에 대한 관심 등 시대적 변화를 사업에 반영하는 아이템의 다각화도 모색한다.

 이 회장은 “헤어드라이어를 비롯한 이미용기기 전문생산업체에서 혈압계·저주파치료기 등 아이템의 다각화를 통해 회사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는 5월 31일 개막되는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110·220V 겸용제품의 개발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 나갈 계획이다.

 즉 제품(Product)·가격(Price)·프로모션(Promotion)·유통(Place) 등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구성하는 4P에 이어 소비자를 움직이는 제5의 강력한 힘인 브랜드 파워를 기르겠다는 것이다.

 소형가전산업의 산증인이 시도하는 새로운 실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소형가전산업을 회생시키는 만점 답안으로 채점될 것인지 관련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약력

 △41년 12월생 △59년 인천고등학교 졸업 △63년 성균관대학교 이공대 생명공학과 졸업 △80년 유닉스전자 대표이사 △91년∼현재 그레나다 명예영사 △92년 대한민국 ROTC중앙회 2·3대 회장 △2000년 성균관대학교 27대 총동창회장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