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계의 2002년은 지각변동의 해다. ‘닷컴위기론’ 속에서 수익모델 창출에 실패한 기업들이 무대 뒷켠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핵심기술과 차별화된 수익모델, 글로벌 마케팅력을 갖춘 참신한 기업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1세대 닷컴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퇴진하고, 새 얼굴들이 닷컴업계의 새로운 파워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e-코리아’를 이끌 새로운 파워리더들을 발굴, 소개한다.
평소에 정장보다는 캐주얼을 즐겨 입는 네오엠텔(www.neomtel.com)의 이동헌 사장(35).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거의 맨손으로 벤처를 창업한 지 이제 2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 사장은 요즘 무선인터넷업계에서 소위 가장 잘 나가는 CEO 중 하나로 통한다.
무선인터넷의 발아기였던 지난 99년, ‘인터넷에서 주로 쓰이는 ‘GIF’나 ‘플래시’와 같은 그래픽 포맷이 무선에는 왜 없을까’라는 점에 착안, 자체 알고리듬으로 개발한 모바일 이미지 압축 및 전송 솔루션 ‘SIS’가 세계적인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으며 빅히트를 하고 있는 것.
이 사장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무선인터넷 바람을 타고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대 이동통신회사들이 SIS를 이미지 전송 플랫폼으로 채택한 데 이어 CDMA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퀄컴이 CDMA칩에 이 솔루션을 디폴트로 탑재키로 결정한 것이다.
여세를 몰아 지난 가을엔 모토로라와 전세계를 대상으로 공급할 유럽방식이동전화기(GSM폰)에 SIS를 탑재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요즘은 GSM의 본고장 유럽의 대형 휴대폰 업체와 추가 공급을 추진중이다. SIS가 CDMA와 GSM을 아우르는 글로벌스탠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 일본인이 지은 것을 산업기술진흥협회가 번안한 ‘디펙토 스탠더드(De Facto Standard)’란 책에 매료돼 있다. “원래도 독서를 특히 즐기는 편이지만, SIS를 한국을 대표하는 업계표준(디펙토 스탠더드)으로 키우기 위해선 더 많은 공부와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이 사장의 성공은 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일견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서울대에서 무기재료공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학교 졸업후 삼성코닝연구소에서 주로 디스플레이 재료 개발에 몰두했다. 무선인터넷과는 사뭇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은 셈.
그에게 행운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광통신 관련 조사·분석업무로 보직이 바뀌면서부터. 이 과정에서 그는 일본에서 활성화된 무선인터넷에 관심을 가졌고 향후 유망기술로 그래픽 전송분야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이후 삼성코닝을 떠나 동창, 직장동료, 선·후배들과 의기투합해 이미지 압축 및 전송기술에 매달린 끝에 99년 10월 SIS 개발에 성공했다.
이동헌 사장은 요즘 연초에 구입한 지구본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새로 그리기 시작했다. 지구본을 돌리다가 아무곳이나 찍어도 ‘SIS’가 수출된 곳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 “‘The first’, ‘the best’, ‘the only’의 정신으로 세계속의 네오엠텔을 만들 것입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