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보통신, 이제는 제 밥그릇부터 챙겨야’.
롯데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대표 권오훈 http://www.ldcc.co.kr)이 올 들어 변화의 몸부림에 한창이다. 재계 8위, 계열사수 32개인 그룹 외형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롯데정보통신은 스스로의 몫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다는 자성론이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롯데정보통신의 추정매출은 900억원 남짓. 자산 순위에서 한참 뒤처진 쌍용·대림·동양·제일제당은 물론, 주력인 유통부문의 경쟁그룹인 신세계의 계열사 신세계I&C와 비교해서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순위 24위에 계열사수 9개에 불과한 신세계그룹의 신세계I&C는 126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1610억원을 바라본다. 굳이 비교하자면 롯데정보통신은 외부 사업 없이 그룹내 SI나 시스템관리(SM)만 제대로 챙겨도 최소 2000억∼3000억원 수준의 매출은 무난하다는 게 내부 시각이다.
롯데정보통신이 당초 설립취지에 무색할 정도로 이처럼 왜소한 이유는 뭘까. 지난 96년 말 설립된 뒤 만 5년에 불과한 짧은 업력도 한계가 있지만, 무엇보다 그룹내 위상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조·유통 등 롯데의 주력 계열사들은 대부분 신규 SI 프로젝트를 자체 발주·관리하거나 전산실을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주력 계열사들에 롯데정보통신은 정보기술(IT) 분야의 단순 용역개발업체 정도에 그치는 현실이다.
회사 관계자는 “IT사업기획 단계서부터 개발·운영에 이르기까지 계열사들과 협조체제가 구축돼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 과정에서 사실상 소외돼 왔다”면서 “근본적으론 롯데정보통신이 계열사들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 큰 한계였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롯데의 주력 계열사들이 올해 계획한 IT 신규투자 예산만도 1500억원을 넘는데, 롯데정보통신은 겨우 1000억여원의 매출 목표를 수립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신임 대표체제로 재출범한 지난해 이후 롯데정보통신은 그룹 내외부 SI사업 강화, SM 확대를 외치며 인력보강 등 전사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욕심대로 이른 시일내 중대형SI 사업자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신동빈 부회장의 직속 계열사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은 끌고 있으나, 롯데정보통신이 진정한 SI업체로 먼저 거듭나야 하고 계열사들 또한 힘을 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