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부는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이 선보이고 있는 cdma2000 1x의 국내외 홍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IMT2000서비스 상용화 국가라는 점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cdma2000 1x가 IMT2000서비스이고 이 점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IMT2000 상용화 국가라는 논리는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의 지론이다. 2001년 3월말 취임한 양승택 장관은 기회있을 때마다 cdma2000 1x가 IMT2000이며 우리는 이미 IMT2000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파했다.
cdma2000 1x는 ITU가 공인한 IMT2000서비스인데 왜 이를 2.5G로 폄하하고 있느냐는 게 양 장관의 불만이었다.
불과 3개월전 비동기식 IMT2000사업자를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이미 IMT2000을 상용화한 이동통신 강국이라는 사실을 설파했다. 전문가조차도 헷갈릴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IMT2000과 cdma2000 1x의 개념설정문제는 2000년 한해 동안 정보통신부 및 업계에서 격론이 벌어진 사안이었다. 공청회 등을 거치며 IMT2000 정책방향을 수립하던 2000년 상반기 SK텔레콤은 당시 IS-95C로 일컬어졌던 cdma2000 1x의 상용화 여부를 정부에 타진한다.
이에 정통부 내부에서는 3G를 허가하는 시점에서 ITU가 공인하는 IMT2000인 cdma2000 1x를 2G네트워크상에서 허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정보통신정책국)과 단순한 기술적 진화를 규제할 수는 없다는 주장(정보통신지원국)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2G상의 기술적 진화를 인정하자는 쪽으로 최종결론이 이뤄졌다.
문제는 2000년 하반기 복잡하게 꼬여갔다. 컨소시엄에 기초한 IMT2000 허가과정에서 세계 최대의 CDMA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정통부의 희망과는 달리 “2G망에서 동기식 IMT2000을 선보였으니 3G망에서는 유럽방식인 비동기식을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해 버리고 비동기식 사업권을 획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cdma2000 1x를 단순한 2G상의 부가통신으로 판정하고 기술기준을 승인해줬는데 사업자는 이를 IMT2000이라고 우기며 3G상에서는 동기식 기술을 버려버린 것이다.
어찌됐던간에 국내 이동통신3사는 2001년중 수도권 및 주요 광역시를 바탕으로 2G네트워크상에서 cdma2000 1x에 대한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이같은 투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목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2G상에 구축된 IMT2000서비스와 3G상의 IMT2000을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로 압축된다. 나아가 2G상에 구축된 cdma2000 1x를 진정한 IMT2000으로 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따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2G상의 cdma2000 1x에 대해 “양 장관의 주장처럼 IMT2000서비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반쪽짜리 IMT2000”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2G상의 cdma2000 1x가 태생적 한계를 지닌 데서 비롯된 것이다. 2G는 기본적으로 음성망에 적합하도록 설계가 이뤄진 네트워크다. 음성망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허가가 이뤄진 2G네트워크에 기하급수적으로 데이터트래픽이 증가하는 IMT2000을 탑재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무리다.
더욱이 2G네트워크는 이미 엄청난 가입자를 수용한 상태다. 비록 cdma2000 1x가 주파수용량을 2배 가까이 확장시켜주는 기술을 지녔지만 IMT2000의 데이터트래픽을 수용하기는 버겁다.
정통부가 3G를 허가하는 과정에서 주파수를 2G의 2배인 20M로 늘려 분배해준 이유가 이에 있다. 만약 2G가입자가 소규모인 상태에서 cdma2000 1x가 포설됐고 3G네트워크에서 cdma2000 1x가 구축됐다면 IMT2000서비스라 할 수 있다.
비용구조도 2G상의 cdma2000 1x를 반쪽짜리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의 동기식 IMT2000사업자인 KDDI는 IMT2000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단지 인프라가 변하기 때문에 3G가 아니고 새로운 서비스를 싸게 제공할 수 있어야 3G다. 비용을 낮추는 것도 3G서비스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3G네트워크상에서 비동기식 IMT2000(FOMA)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NTT도코모는 패킷요금체계를 2G의 i모드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지만 이 또한 불만의 소리가 높다. 2G보다는 싸졌지만 3G의 주력서비스인 풍부한 콘텐츠 수신을 하기에는 아직도 비싸다는 평가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같은 논리대입이 가능해진다. SK텔레콤 등 2G사업자들이 서비스 측면에서는 cdma2000 1x를 통해 2G상에서 IMT2000서비스를 선보였을지 몰라도 요금체계에서도 과연 IMT2000을 선보였는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패킷요금체계라면 2G상에 구축된 cdma2000 1x는 IMT2000서비스가 아닌 2G의 부가통신서비스다. 진정한 IMT2000서비스는 새로이 허가가 이뤄진 3G네트워크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