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업계가 기로에 봉착했다. 올해로 출시 2년째를 맞고 있지만 전문사업자를 표방한 업체들은 한결같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넥서브·삼성SDS 등 일부 선두업체들이 최근 들어 규모있는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으나 대부분의 업체는 SI나 인력파견·컨설팅·패키지 구축사업자로 돌아선 지 오래다. 그룹웨어(GW) 같은 이른바 대량보급형 ASP업계도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해하기 힘든 대목은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정보기술(IT) 아웃소싱 수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 한때 ASP가 IT 아웃소싱의 꽃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쯤 되면 사업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IT 아웃소싱 시장흐름속에서 국내 ASP업계가 처한 현실과 문제점, 향후 생존을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제발 ASP에 대한 관심을 꺼달라.” 한때 선발업체로 잘 나갔던 모 회사 홍보담당자의 농담섞인 변이다. 적잖이 속내가 담긴 이 말은 해당 기업과 시장을 적극 알려야 할 처지에는 맞지 않지만 오히려 위기감은 그대로 방증한다. 지금 업계가 안고 있는 당면과제는 시장창출이 아닌, 당장 먹고 사는 문제인 것이다.
◇ERP=초기 ASP시장을 주도했던 ERP ASP업체들이 직접적인 위기의 진원지다. 통상 40∼50명에 달하는 컨설턴트와 전문인력의 인건비도 못건지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직원수 70명인 A사의 경우 한달평균 유지관리비만 4억∼5억원 수준. 컨설턴트 등 몸값이 비싼 인력이 ERP ASP업체들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1년이면 최소 50억원은 벌어야 회사가 운영된다는 결론이다. 이에 비해 ASP를 통한 월수입은 2000만∼3000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1년을 모아도 한달 경비를 충당하기 힘들다. 여기에다 ERP ASP 서비스에 소요되는 전산센터 임대비용은 경영상태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직원수 50여명에 지난해 ERP ASP 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은 80억원의 매출을 올린 넥서브도 아직은 적자다. 트러스트·BSG가 일찌감치 컨설팅·SI 등 IT 아웃소싱에, 온라인패스가 패키지 구축에 눈을 돌려 그나마 회사를 유지했을 뿐 ASP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세계적인 IT 컨설팅사인 PwC코리아가 지난해 ASP네트워크를 통해 시장에 발을 들여 첫해 100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애경산업·LG칼텍스정유 등에 컨설팅·구축실적이 많고 ASP고객사는 한단정보통신뿐이다. 출시 2년이 다 돼 가지만 ERP ASP업체 가운데 수익을 내는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룹웨어=그룹웨어로 상징되는 이른바 협업형 솔루션 ASP도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 한국통신과 공동으로 가장 많은 3만 사용자를 확보한 가온아이의 경우 월평균 수입이 7000만원 안팎이다. ERP에 비해 컨설팅이 필요없고 유지·관리를 위한 인력운용 부담이 적다는 이점은 있지만 이 정도로는 초기 투자비를 뽑을 수준이 안된다. 가온아이 관계자는 “최소 5만 사용자에 월평균 1억원은 돼야 적정수준에 이른다”면서 “당초 예상보다 1년 정도 늦은 올 연말께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콤과 공동사업을 전개했던 피코소프트도 5000여개 기업을 확보했지만 적정 이익을 볼 수 없어 큰 기대는 접은 상태다. 최근 인력관리(HR) 솔루션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제이인터넷의 경우 현재 1630개 기업에 ASP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은 2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예상대로 1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손익분기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시장=ASP시장의 원조격인 미국에서도 시장악화는 그대로 경험했다. 지난 2000년 인터넷리서치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USi·브레이크어웨이·오라클·코리오·퓨처링크·인터패스 등 상위 6개사가 지난해는 USi·트리제토·오라클·인터리언트·QCS·코리오 등으로 순위가 바뀌었다. 브레이크어웨이·퓨처링크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50% 이상의 선발 사업자들이 사라졌다는 게 주요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발간된 가트너의 ‘2002년 ASP 시장전망’ 보고서는 “2001년까지 급증했던 ASP사업자 가운데 60%가 올해 퇴출될 것”이라며 “그러나 생존한 ASP사업자들이 시장주도권을 잡으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업체들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