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시스템·시스템온칩(SoC)·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멤스) 등 신개념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전용 팹 건설 움직임이 나오고 있으나 한정된 재원에 따른 불투명한 전망과 아울러 예산 낭비, 중복 투자 등의 논란을 빚고 있다.
27일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부는 1000억여원을 투입해 첨단 나노기술 연구장비를 갖춘 공용 생산라인(일명 나노팹)을 건립키로 하고 유치기관을 선정중이며,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산·학·연과 공동으로 추진중인 비메모리반도체기반기술개발사업(시스템IC 2010)도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하는 2단계 사업과 연계해 SoC 평가용 전용 팹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20여개 멤스 관련 벤처기업들도 멤스 연구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합사들의 공동 투자와 정부지원금을 합쳐 총 200억원의 예산으로 전용 팹 설립을 구상중이다.
시스템IC 2010사업단에 참여한 강상원 KAIST 교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존 D램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장비와 재료 분야의 기술개발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선 300㎜ 장비 등을 시험하는 평가용 팹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으며, 멤스 조합 결성을 추진중인 황규호 M2N 사장은 “멤스 벤처기업들은 국내에 전용 팹이 없어 양산 단계로 들어가지 못하는 어려움에 부딪혀왔다”면서 전용 팹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 업계 일각에선 세 갈래로 추진되는 팹의 공정이 다르나 유사한 부분도 적지 않아 자칫 중복 투자와 정부의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기에 효과적으로 팹을 설계하면 한 팹에서 다른 제품도 평가하거나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제각기 추진중인 방안을 조율해 경제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팹의 지속적인 운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 팹을 짓고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 탄탄한 수요를 확보해야 하나 연구개발이 이제 초기 단계인데다 고객들이 주로 벤처기업이나 대학, 연구소들도 수요가 적을 것으로 보여 운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하면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팹을 놀릴 수도 있다.
따라서 초기엔 팹을 한 곳에 집중해 공동 투자하거나 기존 업체의 라인을 빌려 효율을 극대화한 후 수요가 어느 정도 확대되면 추가 팹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다.
이희국 나노산업기술연구조합 이사장(LG전자기술원장)은 “나노분야의 집중적인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용 팹은 필요하나 대단위 자금이 드는 만큼 효율성 측면에서 좀더 세밀히 기획하고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와 과기부 관계자들은 “나노팹 건설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연구개발용 공용설비로 활용하기로 한 만큼 각계의 요구를 모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