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삼성전자·SK텔레콤·KT 등 시가총액 상위 7개 종목을 대상으로 개별주식옵션이 거래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개별주식옵션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개별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 새로운 파생상품으로 향후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들 7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140조원 가량으로 거래소시장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가에선 개별주식옵션 거래가 주식시장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보기술(IT) 선도주들의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개별주식옵션이 지분한도를 높이는 효과를 발생시켜 삼성전자·SK텔레콤·KT 등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22일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거래소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16.58%, KOSPI200 종목의 19.54%에 달해 일반적인 투신권이나 펀드별 종목한도인 10%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기관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싶어도 펀드별 한도에 묶여 매수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개별주식옵션이 도입되면 기관들은 상품의 특성상 위험 회피 수단이 마련된 옵션과 현물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삼성전자의 투자비중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유욱재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삼성전자 주식 1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 개별주식옵션 1200만원 정도만 보유하면 헷지수단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국인 지분한도를 다 소진해 외국인 주도의 장마다 소외되기 일쑤였던 KT도 개별주식옵션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이 그동안 KT 주식을 사고 싶어도 지분한도에 묶여 살 수 없었지만 옵션을 이용한 다양한 투자방법으로 현물을 사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도 대주주의 교환사채(EB) 등 해외 지분매각을 마무리하면 KT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들 종목의 유통주식수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외국인들이 지난 4분기부터 개별주식옵션 해당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주식옵션은 ‘물량 퇴출’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김학균 신한증권 연구원은 “장기투자자를 중심으로 개별주식옵션 도입에 따른 신규수요가 기대된 데다 기존 주식보유자도 현물매도를 하지 않고 적절하게 옵션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선물·옵션시장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개별종목옵션 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된다. 지난 14∼18일 개설된 주식옵션 시험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전체 거래금액의 77.4%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형주를 멀리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개별주식옵션 도입으로 선물·옵션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왝더독(Wag the dog:파생상품으로 현물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 현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유욱재 팀장은 “주식시장이 상승 때보다 조정국면이나 약세를 보일 때 개별주식옵션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별주식옵션:미래의 특점시점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개별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파생상품의 일종이며 서울 주식시장에 28일 처음 선보인다. 기존 지수옵션은 개별주식이 아니라 KOSPI200지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개별종목 옵션의 최소거래단위는 100주다. 단, 주가가 10만원 이상인 삼성전자 등 3개 종목은 10주가 최소 거래단위다. 매수자는 만기시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계약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물과 달리 위험회피 장치가 마련돼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