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길러내기 위한 의학교육은 비의학 분야의 학습에 비해 실습의 중요성이 훨씬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의학지식과 기술의 발전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정보가 쏟아져 나오면서 의사가 습득해야 할 지식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정보기술을 이용한 의학교육(e-learning)’의 개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90년대 초 e러닝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아담즈’란 것이다. 이는 컴퓨터상에서 가상 메스를 사용해 인체를 해부하고 관심있는 장기를 선택하면 다양한 각도에서 해부학적 영상은 물론 그 기능에 대해서 애니메이션기법 등을 이용해 보여 주는 것이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서 90년대 중반에 완성된 ‘비저벌휴먼’ 프로젝트도 e러닝의 구현을 위한 중요한 사건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사형수의 신체 각 부위를 1㎜ 간격으로 MRI 및 CT로 촬영, 디지털 형태의 영상으로 저장했다. 사형수가 죽은 후엔 신체를 4부분으로 자른 다음 냉동된 신체를 1㎜ 간격의 절편으로 잘라낸 다음 이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 이들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하여 학술 및 교육용으로 전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의사의 경험이나 검사결과 등을 컴퓨터에 저장한 후 학생들이 대화형으로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의사가 청진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심장박동 소리를 컴퓨터에 저장하면 학생들이 소리를 듣고 소리에 해당되는 설명을 컴퓨터를 통해 볼 수 있어 입체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가상환자도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다. 감기를 앓고 있는 환자의 증세와 방사선 검사·임상검사 등 모든 자료를 컴퓨터에 저장, 가상의 환자를 만든다. 의대생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가상환자에게 증세를 물어본다. 가상환자는 화면을 통해 답변하고 의대생들은 일차적으로 의심되는 질환을 유추한다. 이후 가상검사를 하면 화면에는 엑스레이 검사와 혈액검사 등의 결과가 나타난다. 의대생들은 이를 보고 질병을 생각해 컴퓨터에 병명을 이야기하면 컴퓨터가 답변을 한다. 만약 잘못된 결론을 내리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최근엔 통신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원격교육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 국내외 일부 의대에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통해 교육받고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문의들의 재교육에 원격 교육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전문의는 컴퓨터상으로 최신 지식을 습득하고 시험을 보며 그 결과에 따라 평점을 받는다.
사진·글·소리·동영상 등의 매체를 통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학교육의 특성상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 및 시스템의 개발은 앞으로도 많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자의 위급함과 희소성으로 인해 의대생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환자라 할지라도 컴퓨터를 통해 쉽게 접해볼 수 있다. 또한 로봇 인형을 제작하고 이 속에 인체와 유사한 기능을 갖는 시스템을 내장하면 의대생들은 로봇으로부터 청진음을 들을 수 있으며 인공호흡 등 간단한 처치방법에 관한 실습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의학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e러닝’을 통해 과거에는 말로 설명했던 것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습의 질을 높일 수 있어 정보기술이 의학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