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김태송
82년 연세대 세라믹공학과 졸업
84년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 석사
84년 대우통신 입사
93년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 박사
94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마이크로시스템연구센터장
tskim@kist.re.kr
나노기술은 수억분의 일 미터의 크기에 해당하는 스케일에 기초를 두고 있다. 통상적으로 100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스케일을 일컬으며 분자(molecules)들을 조작, 목적으로 하는 물체를 구현하는 것이 나노기술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조립기술에 대한 연구 자체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 반드시 달성하지 않으면 안될 기술로 낙관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최근 인간유전자의 염기서열의 초안이 발표된 바 있다. 아직 정확한 염색체 지도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생명현상을 규명하고 난치성 질병 또는 유전병을 극복하기 위한 초석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의 수명을 120세 정도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것은 완료된 30여종의 모델생명체의 유전체 규명과 더불어 과학사에 길이 남을 획기적인 업적이다. 이들 유전자 정보가 생명체에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근본적으로 지배하지만 유전체의 염기서열구조 규명만 가지고 생명현상을 밝힐 수 없다. 즉 개개의 유전체의 기능을 밝혀야 하고 유전체로부터 발현될 단백질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지 못하면 쓸모 없는 정보에 불과하다.
이러한 대량의 유전정보는 마이크로 어레이 DNA칩으로부터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DNA칩만으로는 단백질과 유전자와의 직접적인 관계, 발현 후 변이, 단백질 위치, 단백질 기능에 대한 메커니즘, 단백질간 상호작용 등을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대부분의 질병이 단백질 레벨에서 나타나고 임상 진단시험의 99%는 단백질과 미소분자(small molecule) 레벨에서 일어난다. 이들 단백질의 상호작용이나 기능을 규명하는 단백질체학(proteomics) 연구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단백질 칩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튼 유전자 염기서열 및 관련 유전자 분석 방법들이 바이오메디칼 연구 분야에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었으며 하루 다르게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인간 유전자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인간의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많은 해결책을 생각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은 포스트게노믹스(post genomics) 연구 결과로 얻게 될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와 단백질체학 연구에 필요한 생체물질 감지 칩과 이들 칩의 연구에 필요한 요소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들 요소 기술들의 구현을 위해 바이오, 나노, MEMS 기술의 융합기술(fusion technology)의 필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이오 칩 분야는 기본적으로 바이오 기술에 바탕을 둔다. 이들 바이오 칩은 크게 DNA 분석과 단백질 분석을 위한 마이크로 어레이 칩과 마이크로/나노플루이딕스(Micro/Nano Fluidics) 기술을 이용한 랩온어칩(LOC:Lab-on-a-chip)으로 나눌 수 있다.
◇마이크로어레이칩=어레이 칩은 대상 유전자나 혹은 단백질을 감지하기 위한 프루브(probe)를 어레이 형태로 배열해 프루브와 결합되는 물질을 감지해내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프루브와 타깃 물질과의 특이적 결합(specific binding)이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타깃 질병의 마커를 결정해야하고 프루브 물질과 결합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바이오 기술이 요구된다. 이러한 프루브의 형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로 분자조립체(self assembly)를 이용, 표면을 개질하여 특정한 기능적 특성을 부여하는 나노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유기 및 생체분자를 이용한 바이오소자나 분자소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노수준의 유기물구조체 성장 및 제어 기술의 개발과 DNA 및 단백질 등과 같은 생체분자들이 어떻게 선택적으로 패턴된 표면 위에서 성장하고 그 기능이 효율적으로 발휘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어레이 바이오 칩을 이용한 분석은 많은 양의 시약과 조작과정이 필요 없이 한번에 수많은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10년 전만 하더라도 기존의 분석 방법으로 연구원들이 수년에 걸쳐서 실시해야할 유전적 분석을 단지 10㎕ 이하의 적은 양의 시료를 가지고 수센티미터의 칩을 이용하여 수일만에 분석해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랩온어칩(LOC)=마이크로/나노플루이딕스(Micro/Nano Fluidics) 기술을 이용한 이 칩은 시료의 반응, 분리, 분석이 하나의 칩 위에서 이루어지도록 고안된 5∼200㎛의 크기의 마이크로 채널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샘플을 나노리터(nℓ) 정도 또는 이하의 양만으로 연속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므로 하이 스루풋(high throughput)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 칩은 유리나 혹은 실리콘 기판 또는 플라스틱을 이용해 마이크로 시스템 가공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지며, 기계적인 펌핑 방법뿐 아니라 마이크로 채널 표면에 형성되는 전기삼투현상(electro-osmotic phenomena)을 이용하거나 혹은 자기조립단분자막(self-assembled monolayer) 등을 이용하여 표면특성을 조절함으로써 유체의 정밀 컨트롤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최근에 개발된 ‘Calliper 250 HTS 시스템’은 칩의 마이크로 채널 내부에서 스크리닝 실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수 나노리터의 샘플을 마이크로 저장 우물 내로 빨아들인 뒤 스크리닝을 위해 타깃 생물 분자들(효소, 항원 혹은 기타 단백질)과 다른 시약을 같은 양을 섞어 반응을 시키고 전기영동(electrophoretics)에 의하여 분리가 일어나게 하여 이것을 형광이나 혹은 광학적인 방법으로 감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4개의 채널을 이용해 동시에 스크리닝 분석을 수행할 수 있어 하루에 수만번 실험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최소량의 시약만을 사용하게 하여 단백질과 유전자의 비밀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MEMS 기술에 의하여 만들어진 미소채널 등 마이크로 가공 기술, 바이오 기술 그리고 나노기술의 결합에 의하여 만들어진 산물로 앞으로의 바이오 칩 기술의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같은 LOC는 제일 먼저 79년에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자들에 의해 하나의 칩위에 형성된 분석 디바이스를 발표한 이래로 81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캐필러리 전기영동(CE) 칩을 발표했다. 또 94년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마이클 램지(J. Michael Ramsy) 등이 미량의 샘플을 분리해내는 마이크로 플루이딕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이 기술이 99년 캘리퍼테크놀로지(Caliper technology)사에 라이선스되어 신약 개발과 생물학 연구에 목적을 둔 LOC의 개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림2는 바로 이 캘리퍼테크놀러지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애질런트 2100 바이오애널라이저’와 칩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에게 이러한 LOC의 개념을 생명현상을 규명하려는 포스트게노믹스연구, 즉 인간 유전자 구조의 밝혀짐에 따른 후속 연구를 추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서로 다른 세포들을 만들어내는 단백질들을 연구하는 단백질체학(proteomics)이다. 즉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만들어내는 단백질을 감지하는 단백질 칩이 연구되고 있어 이들 단백질들이 밝혀질 경우 궁극적으로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차단하는 약물의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하버드와 코넬 대학 등과 함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는 LOC의 채널 크기를 마이크로에서 나노 사이즈로 줄이는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마이크로플루이딕스에서 나노플루이딕스 기술로 발전함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단분자 조작 및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과학자들로 하여금 싱글 DNA 분자의 구조를 빠른 시간 안에 알아낼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되어 출시하고 있는 캘리퍼테크놀로지의 LOC 시스템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석 칩들은 현재 정밀한 측정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형광이나 혹은 UV와 같은 광의 발현을 측정, 분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위스 IBM 취리히와 미국 버클리 대학 등에서 수십에서 수백 마이크론 크기의 캔틸레버를 이용하여 그림2와 같이 유체내에서 표면에 형성된 생체분자의 바인딩에 의하여 초래되는 표면현상을 분석하는 나노 미케닉 분석 방법을 이용한 나노감지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고감도 나노 감지소자가 개발될 경우 이들 감지소자와 기존의 LOC와의 결합을 통하여 소형 진단 칩으로서의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미소 채널을 이용한 분석 시스템의 연구와 더불어 초정밀 유체의 조절을 위한 마이크로 밸브, 마이크로 펌프 등 마이크로 유체 부품들이 연구되고 있다. 이들 부품들은 LOC에 응용뿐 아니라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이나 마이크로통합분석시스템(μ-TAS:Micro Total Analysis System)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1>캘리퍼테크놀로지사와 애질런트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애질런드 2100 바이오애널라이저’와 칩.
<그림2>캔틸레버 표면에 생체분자의 결합에 의해 발생한 기계적 특성변화를 측정, 생체분자를 감시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개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