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지난주 벌인 4차 협상에서 양측의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문 것으로 알려지자 하이닉스 안팎에서 자력갱생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아직 대세는 아니나 협상이 지연되면 될수록 점차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업계 및 증권분석가에 따르면 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의 4차 협상에서 매각대금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양해각서(MOU) 교환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독자생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증권 우동제 분석가는 이날 “D램 가격 상승, 하이디스 및 현대시스콤 지분 매각과 서초동 사옥 매각 등 자구노력에 힘입어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됐다”라며 기존의 매수추천 의견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우 분석가는 “이미 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EBITA가 플러스로 돌아섰고 고정거래가를 비롯해 128M SD램 현물가 인상에 힘입어 2분기부터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면서 “이같은 추세면 4분기부터는 순이익도 가능해 충분히 독자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이닉스반도체 구조조정특위의 한 관계자도 “해외매각이 꼭 능사가 아니다”라며 “현재 하이닉스의 인적·물적 토대는 충분히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이 광범위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닉스가 워낙 부채가 많아 상황이 극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한 독자생존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후에도 6조7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어 하이닉스가 이자 지불 및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은 지속될 것이며 채권단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섣부른 독자생존론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재로선 독자생존이 쉽지 않다고 보나 만에 하나 협상이 결렬될 것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독자생존론이 소수 의견에 불과하나 협상이 계속 난항을 거듭할 경우 다수 의견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D램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전제로 하는 시각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