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최된 청와대의 R&D전략회의는 이미 지난해부터 뼈대가 만들어져온 기술입국정책에 본격적으로 살을 붙이겠다는 정부의 공식적인 의지를 보여준 행사였다. 따라서 지난 60년 이후 40년간 한국의 산업정책 골간인 무역입국이 이제부터는 기술입국으로 확실히 전환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추진 배경=사실 산자부는 지난해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한국산업의 나아갈 길을 심각히 고민해왔다. 거대한 중국이 세계의 제조창으로 변모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한국의 무역입국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자·통신·자동차·조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산업과 많은 품목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경쟁열위에 놓여 있으며 현재 경쟁우위에 있는 산업과 품목도 멀지 않아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해말 이같은 현실을 고려해 2010 산업발전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산업의 진로는 3대 산업군의 차별화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즉 △IT·BT·NT·ET 등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신기술산업을 육성 △기존 산업에 IT를 접목시키고 제조관련 서비업을 육성하는 등 지식기반서비스 산업 활성화 △이를 통해 전통 주력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산업의 첨단화·고도화라는 산업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개발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제=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기술입국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첫번째가 기술인력 리콜제의 현실성 여부다. 업계는 그동안 국내 기술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당장 쓸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왔다. 대학이든 대학원이든 박사과정 출신이든 업계가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내에서 재교육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술인력리콜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인 것으로 보이나 기업체들이 과연 대학의 재교육과정을 신뢰하겠느냐가 관건이다.
둘째는 과학기술과 산업기술간의 조화와 균형이다.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기초과학과 산업기술의 간극이 점차 좁아지거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한국의 R&D투자는 어느덧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교육부,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등이 저마다의 컨셉트로 기술인력양성에 나서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복과 혼선이 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마지막 과제는 국제간 기술협력체제의 강화다. 이 화두는 이미 십수년전부터 외쳐왔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간 기술협력을 위해서는 정부도 문제지만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도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 모두 높은 R&D투자에도 불구하고 기술협력을 위한 투자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정부는 464개 국제표준화 모임에 참여하던 것을 600개로 늘리겠다고 하지만 이 정도는 세계적인 기술협력모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정부가 참여폭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일부를 제외한 민간기업들이 이를 뒤따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