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번엔 코스닥 땡길까"

 코스닥시장이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지수 80선에 바짝 다가섰다.

 28일 코스닥시장은 외국인들이 446억원을 순매수한 것에 힘입어 지난주말보다 3.52포인트(4.60%)로 오른 79.99로 마감, 지난해 6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지난주말 773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포함, 최근 이틀 동안 1200억원이 넘는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은 이날 외국인의 힘을 실감케했다. 외국인 매수세를 도화선으로 코스닥시장은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상한가 113개를 포함, 669개 종목이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승종목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수상승률과 거래규모도 올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4억5951만주와 2조3219억원을 기록했다. 비록 개인과 기관이 차익실현을 노리고 각각 121억원과 182억원을 팔아치웠지만 외국인 매수세에 눌려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에서 매수세를 강화하는 이유는 코스닥시장이 최근 거래소시장보다 덜 오르면서 가격메리트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엄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거래소시장의 가파른 상승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코스닥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코스닥시장 매수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최근 이틀동안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거래소시장 매수금액의 3분의 1 가량을 사들였다. 연초까지만 해도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매수규모는 거래소시장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수치적으로 거래소시장 대비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투자비중이 3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외국인의 코스닥시장 매수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연초 거래소시장의 상승에 편승해 유입됐던 매수세와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연초에는 업황개선을 보인 반도체 관련주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사자주문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업종 대표주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연초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매수세가 반도체주 상승 분위기에 편승한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면 최근의 매수세는 본격적인 입질로 볼 수 있다”며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업종 대표주를 사들이며 상승장을 연출했던 것처럼 코스닥시장에서도 이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사자주문으로 IT 업종 대표주가 오르면 코스닥시장의 속성상 관련주로 개인들의 매수세가 자연스럽게 유입돼 코스닥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외국인들이 안철수연구소를 사들이면서 보안주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등 ‘도미노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또 거래소시장의 KOSPI IT지수가 종합주가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보다 2.18포인트(0.38%) 떨어진 반면 코스닥벤처지수와 코스닥50지수는 각각 7.56포인트(5.70%), 5.30포인트(4.92%) 올랐다. 이는 외국인들이 일부 IT주에 대해 장을 옮겨가며 ‘말을 갈아탔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선 갈수록 IT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의 업종대표주에 대한 ‘바이(buy)’ 행진을 상당기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휴맥스, 엔씨소프트, 정소프트 등 해외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업종 대표주나 KTF 등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확고한 수익성을 갖춘 대형주들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에서 매수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나스닥시장이 좀처럼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나스닥시장은 지난주 앨런 그린스펀의 낙관적인 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2000선을 상향돌파하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다. 첨단기술주의 메카인 나스닥시장의 반전없이는 코스닥시장의 ‘나홀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코스닥시장은 최근 2년동안 400개가 넘는 종목이 신규등록하면서 수급불균형을 초래하는 등 그동안 제기돼 온 고질적인 문제로 외국인들의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엄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이 바닥을 확실하게 다진 것으로 보고 바닥권에서 살 만한 주식을 매집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나스닥시장이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접어들지 않는 한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