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1일 개봉되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는 색다른 맛이 있다. 이 작품은 최근 몇년 동안 한국 영화의 주류를 이뤄온 ‘조폭영화’나 ‘웃기는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 작품은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SF적 문법을 택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고 ‘토탈리콜’이나 ‘터미네이터’ 같은 미래공상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지난 09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하는 데 실패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이 영화는 출발한다. 안중근 의사의 빗나간 총알 한 발은 한국과 일본, 더 나아가 세계 역사를 뒤바꿔 놓는다. 이토 히로부미는 살아서 2차 대전을 진두지휘하고 미국의 원자폭탄도 베를린에 떨어진다. 일본은 승전국이 되고 조선은 여전히 일본의 통치하에 놓여 있다. 청와대 대신에 조선 총독부가 서 있고 광화문 네 거리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 대신 도요토미 히데요시 동상이 폼을 잡고 있다.
자칫하면 친일 논쟁까지 불러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파격적인 상황 설정이다. 물론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미래의 독립군 영화’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한국의 현대사를 일본 중심으로 뒤틀어 놓은 상황 설정은 그 자체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관객이 이 황당한 발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거리다.
이시명 감독이 스스로 각본까지 써가면서 3, 4년간 준비한 만큼 구성이 치밀하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실패한 뒤 정확히 100년 후인 2009년 경성. 일본 연방 수사국(JBI)의 조선계 형사 사카모토 마사유키(장동건)와 그의 절친한 일본 동료 쇼지로(나카무라 토오루)는 거물급 인사 ‘이노우에’가 주최한 유물 전시장에서 벌어진 테러를 진압한다. 조선인 지하독립운동 단체인 ‘후레이센진(不令鮮人)’은 소탕했지만 사카모토는 이들의 테러가 이노우에재단과 관련이 있음을 알고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상황이 꼬여 사카모토 집에서 그의 상사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JBI는 사카모토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절친했던 쇼지로까지 갑자기 등을 돌린다. 심한 부상을 입고 거리를 헤매던 사카모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후레이센진의 아지트까지 흘러 들어가 마침내 후레이센진과 이노우에재단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의 진상을 알고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는다.
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자된 한국판 블록버스터로 폭발적인 액션이 화려하다. 특히 초반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재현한 장면은 압권이다.
미남배우 장동건이 로버트 드니로 풍의 성격파 배우로 변신한 모습도 볼만하다. 한일합작 영화로 장동건의 극중 파트너인 일본 배우 나카무라 토오루의 차가운 연기 역시 일품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2009 로스트메모리즈
원제: 2009 로스트 메모리즈
감독·극본: 이시명
주연: 장동건, 나카무라 토오루
장르: SF, 액션
개봉: 2002년 02월 0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6분
제작: 인디컴/ 배급:씨제이엔터테이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