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비즈니스 상시운영체제(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 구축에 눈을 돌려라.’
그동안 물밑에서만 논의돼온 전사적인 24시간 비즈니스 운영체제 구축을 의미하는 BCP의 중요성이 9·11테러를 계기로 각국 정부는 물론 기업을 대상으로 파급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를 수립, 구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BCP가 올해 성장성이 유망한 IT분야의 새로운 영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BCP는 원래 갑작스런 재난·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비즈니스를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프로세스 플랜을 수립하는 예방적인 차원의 개념으로 메릴린치·GCP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의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BCP는 재해·재난에 처한 시스템의 복구나 데이터의 백업 및 원상회복이라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 고객서비스의 지속성 보장, 고객 신뢰도 유지, 중단없는 핵심업무의 수행 등을 위한 신속한 절차와 체제를 구축해 기업의 가치를 최대화하는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BCP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PPMC의 존 김 사장은 “BCP는 원래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중단없이 연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부 기업에서 수립·운용돼 왔던 것”이라며 “한국의 기업과 기관들도 이제는 재해나 재난에 대비한 단순 백업센터 구축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위험관리(RM) 차원의 전사적인 인적·물적 자원관리와 보호대책 수립을 의미하는 BCP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HP 컨설팅사업본부의 김병두 전무 역시 “BCP 단계는 아니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하나·주택은행 등 몇몇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선진국 수준의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했으며 정부 역시 국가기간정보시스템의 백업센터 구축에 나서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며 “따라서 이제는 단순한 의미의 재해복구센터 구축이 능사가 아니라 국가 혹은 전사적인 RM 차원에서 BCP 전략수립을 통한 국가(혹은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을 개선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이에 따라 일부이긴 하지만 금융권과 통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BCP 전략수립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시스템통합(SI)·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컨설팅 업체들을 중심으로 BCP사업을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은 이미 미국 PPMC와 공동으로 이 분야의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하는 협력관계를 체결했으며 한국HP도 지난달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BCP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IBM 역시 BCP 관련 사업부를 가동하고 있으며 삼성SDS·LGCNS 등의 SI업체들도 BCP사업의 활성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EMC·LG히다찌·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한국스토리지텍 등 스토리지 전문업체들도 이의 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며 한국CA·한국베리타스·레가토코리아 등 솔루션 업체들도 이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PwC 등 일부 컨설팅업체들도 이 분야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보고 전문인력 확보에 나서는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존 김 사장은 “BCP는 기업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는 전사적인 대책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단순 미러사이트 구축에 머물던 백업 대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이미 BCP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이기종 서버나 스토리지를 연계할 수 있는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 등 완성도 높은 기술이 나오고 있어 기술적인 환경은 마련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아직 그 중요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은데다 경영자의 인식 또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BCP 관련 전문가가 부족해 자칫하면 백업센터 수준의 구축작업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으며, 비용 또한 만만찮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CP는 기업의 핵심업무 프로세스와 대고객서비스의 연속성과 관련된 지침을 수립하고 비즈니스의 저해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과 절차를 수립한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현대정보기술의 이영희 전무는 이와 관련, “BCP 전략수립이 필요하긴 하지만 최고경영자(CEO)의 인식전환과 비용이 걸림돌”이라면서도 “어쨌든 소프트웨어 솔루션·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장비·테이프라이브러리·데이터전송장비·컨설팅·센터임대 등을 포함한 BCP시장 규모는 올해 대략 2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