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무선랜망이 가지는 의미

 ◆박재홍 아이엠넷피아 대표이사

 얼마전 필자 회사의 연구소 이전작업이 있었다. 잘 알고 있듯이 새로운 사무공간을 만들 때 귀찮은 일 중 하나가 인터넷 배선공사다. 하지만 이 문제는 무선랜을 이용하면 손쉽게 마무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새로운 인원이 충원되거나 자리 배치가 바뀌더라도 배선공사를 다시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서두에 이러한 경험을 얘기하는 것은 그만큼 무선랜의 편리함이 생활에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단순히 선이 없다는 점만으로도 이렇게 편리함을 줄 수 있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편리함이 현재 준비중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무선랜이 요즘 각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옥외상용망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무선랜은 기존의 이동통신망에 비해 대역폭과 설치비용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다. 그런 장점을 가진 무선랜망이 옥외상용망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인다는 것은 통신 패러다임에 영향을 줄 정도의 큰 사건이다.

 무선랜이 지금처럼 각광받기 바로 전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유선망과 이동통신망이라는 두 가지 큰 상용망만이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에 기존의 유선망 사업자들과 이동통신망 사업자들이 모두 무선랜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ISM대역을 쓰는 까닭에 대역폭 이용에 대한 제한이 없어서 소규모 사업자까지도 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 서비스의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무선랜을 이용한 독특한 서비스는 네 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첫째는 옥내고정형 서비스다. 이것은 필자 사무실 이전의 예에서 얘기했듯이 단순히 선이 없다는 편리함을 제공해주는 기초 서비스에 해당한다. 향후에는 홈 네트워킹의 기본망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며 관련 기술은 이미 상용화에 충분할 정도의 단계에 와 있다.

 둘째는 옥외고정형 서비스다. 경마장이나 공항 같은 대규모 공간에서 지원되는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비교적 움직임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는 옥내고정형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접속한다는 점에서는 고정된 사용자가 이용하는 옥내고정형 서비스와 차별화된다.

 셋째는 옥외이동형 서비스다. 길거리나 노선버스·지하철 등에서 이동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가 옥외고정형 서비스와 다른 점은 이동하면서 서비스를 받는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동성 지원기술이 필요하다. 모바일 IP기술(Mobile IPv6 포함)이 이동성 지원을 위한 대표적 기술이다.

 마지막은 이동통신망과의 로밍서비스다. 무선랜망 서비스는 그 특성상 고속 이동시나 광범위한 지역에서는 제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기존의 이동통신망과의 연동이 상당히 중요하다. 즉 무선랜망 서비스가 불가능한 지역이나 속도에서는 이동통신망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무선랜망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이나 속도 범위에서는 무선랜망을 통해 서비스를 받는다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 ETSI나 3GPP 등에서 이미 표준화가 필요한 사항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상에서 보듯이 무선랜이 도입되면서 직접적으로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통신 패러다임이 구축되면서 서비스의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새로운 서비스가 더욱 활발하게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무선랜의 가장 큰 의미는 기존의 유선망과 이동통신망의 중간에서 단절돼 있던 두 망 사이의 연결성을 지원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결국 서비스의 연속성을 가능하게 하면서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통신을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데서 그 존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