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도 이젠 아웃소싱.’
지난해 사상 최악의 급락세를 보였던 반도체시장이 올해도 한자릿수 이상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생산구조 및 조직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에 나섰다.
대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생산라인 건설 및 설비 확충을 자제하고 생산은 수탁생산(파운드리) 전문업체로 이관하는 한편,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비핵심부문에 대한 아웃소싱도 과감히 단행하고 있다.
또 점차 복잡·다양해지는 반도체 기술흐름을 따라잡고 적시에 원하는 상품을 내놓기 위해 부족한 핵심기술과 인력도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아래 외부 인력풀(pool)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생산 외주 맡긴다=그동안 시스템과 반도체 부문에 동시에 투자하면서 종합전자통신부품업체로 남부러울 것 없는 명성을 누려왔던 모토로라·루슨트·도시바는 최근 반도체부문에 대한 회사의 정책을 분사와 아웃소싱으로 바꿨다.
투자여력이 없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반도체부문을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한 것. 모토로라와 도시바는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을 외주생산하기로 하고 경쟁력 없는 반도체 공장은 잇따라 폐쇄 또는 매각하고 있다.
루슨트는 아예 아기어시스템스라는 반도체부문 전문회사로 독립시켰다. 그러나 최근 아기어 역시, 노후 일관생산라인(FAB, 팹)들을 과감히 문닫고 다수의 제품을 TSMC나 UMC 등 파운드리 전문업체로 조달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팹리스(FABless)업체 자일링스의 윔 로렌츠 회장은 “반도체 기술은 0.1미크론 이하의 초미세공정과 300㎜ 웨이퍼 등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과잉투자로 이미 생산설비가 많이 보급된 만큼 앞으로는 다원화된 기술확보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반도체업체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심·핵심도 아웃소싱=그동안 비 반도체부문의 분사 및 매각을 추진해온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총무·인사·서비스부문도 분사시켜 아웃소싱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필사적인 자구노력이 필요해서이긴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웃소싱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 대치동 영동사옥과 이천 본사에는 하이닉스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다.
시스템온칩(SoC) 기술개발을 강화하는 삼성전자는 부족한 비메모리반도체 인력과 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지난해 반도체설계 벤처기업들과의 네트워크형 협력모델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그동안 10여개의 중소업체들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확정하고 통신·디스플레이용 차세대 핵심 SoC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협력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려면 처음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인력과 기술에 대한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기술 및 인력에 대한 외부 협력체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